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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이제는 OUT!]“저는 혀를 잃었습니다… 담배의 끝은 질병입니다”

입력 | 2016-12-26 03:00:00

‘증언형’ 금연광고 TV 방영 화제




폐암으로 사망한 고 이주일 씨 이후 14년 만에 증언형 금연광고에 출연한 임현용 씨. 임 씨는 “제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금연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우리는 이분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이는 55세. ‘슈퍼 영웅’이었던 분!”

 경쾌한 음악과 함께 망토를 걸친 한 남성의 모습이 나온다. 남성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등장한다. 하지만 갑자기 반전이 일어난다. 이 남성은 어눌한 발음으로 “저는 혀를 잃었습니다. 32년 담배를 피우면서 구강암에 걸렸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힘겨운 표정으로 “담배가 생각날 땐 기억하세요. 담배의 끝은 질병이라고”라고 말한 후 사라진다.

 22일부터 TV에서 방영 중인 이런 내용의 ‘증언형’ 금연광고(보건복지부 제작)가 화제다. 흡연으로 병에 걸린 당사자가 직접 담배의 폐해를 고백하다 보니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거나 ‘나도 빨리 끊어야겠다’는 반응이 많다. 2002년 폐암 투병 중이던 고(故) 이주일 씨의 증언형 금연광고를 회상하는 사람도 많다.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고 말한 이 씨의 광고 덕분에 당시 흡연율이 8%나 하락했다.

 14년 만에 다시 증언형 금연광고 주인공이 된 이는 임현용(가명·55) 씨. 임 씨는 ‘흡연은 질병’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광고에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어른이 됐다는 해방감에 친구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농사를 짓다 도시로 이사 온 후 막노동 현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흡연량은 하루에 30개비 이상으로 늘었다.

 “일이 힘들다 보니 습관적으로 하루 한 갑 반은 피운 거 같아요. 아내와 아이들이 금연을 권유했지만 항상 ‘아빠는 건강하니 괜찮다’고 말했죠.”

 하지만 3년 전부터 머리가 자주 어지러워 담배를 끊게 됐다. ‘이제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올해 4월부터는 목이 아파 침이나 음식을 삼킬 수 없었다. 병원을 찾았더니 설암(舌癌)이었다.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이를 모두 뽑았고 혀를 3분의 1이나 잘라냈다. 그는 현재 발음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방사선 치료를 하면 다음 날 혀가 아파서 음식을 삼키지도 못 합니다. 그래도 살려고 억지로 밀어 넣었어요. 밥 먹을 때마다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더구나 암이 전이돼 목 림프절까지 잘라낸 후 허벅지살을 이식해야 했다. 모아 둔 돈이 없다 보니 자식들에게 치료비를 의지해야 했다. “제가 암에 걸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가족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겁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증언형 금연광고는 가장 효과적인 비가격 금연정책으로 통한다. 2012년 미국에서 후두암 환자 증언형 광고가 방영된 후 금연 상담전화는 132%나 증가했다. 복지부는 “해외 증언형 광고가 후두암으로 목에 구멍이 뚫린 ‘혐오스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면, 국내 광고는 한국인 정서를 반영해 흡연에 대한 공포감보다는 가족의 염려 등 감성을 자극해 금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