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추운 1월, KBO의 극심한 부익부빈익빈

입력 | 2016-12-27 05:30:00

사진제공|SK


2017년 1월에는 KBO리그에 소속된 모든 선수들에게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다. 이는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는 1월15일부터 해외전지훈련에 한해 단체 훈련이 허용됐다. 이에 대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비활동기간 준수는 선수들의 기본권으로 엄격히 준수되어야 한다”고 결의했고, 각 구단도 이를 존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두 순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프로야구의 부익부빈익빈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1월이기도 하다.

규정에 따라 선수들은 1월에 구단 클럽하우스나 실내 훈련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코치에게 지도 받을 수는 없다. 편법으로 단체훈련이 이뤄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이 결정으로 매년 1월15일경 출발했던 스프링캠프는 올해부터 2월 초로 변경됐다.

프로야구선수들의 업무 강도는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세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면, 1월15일부터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고, 시즌이 종료된 후 11월 비주전 선수들은 마무리 훈련에 참가해왔다. 12월은 구단의 각종 교육 및 시상식, 행사 등이 이어졌다. 사실상 오롯이 갖는 개인의 자유시간이 부족했다. 이에 따른 가정 내부의 갈등도 사회변화에 따라 점점 커졌다.

연봉이 지급되지 않는 12월과 1월의 훈련금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2014년 12월 오키나와 훈련을 밀어 붙였지만 선수협과 구단 내부 선수들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김 감독은 당시 “45일(12월과 1월)의 공백은 어마어마하게 안 좋은 것이다. 한 달 반을 쉬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본다”는 개인 의견을 전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겨우내 무조건 휴식을 취하는 KBO선수는 사실상 단 1명도 없다. 고액 연봉자 대다수는 12월과 1월 해외에서 개인 훈련을 한다.

4년 총액 100억원(구단 발표액)에 KIA에 입단한 최형우(33)는 1월 중순부터 괌에서 개인 훈련을 한다. LG 유니폼을 입은 차우찬(29)도 괌으로 떠난다. KIA 이범호(35)도 곧 해외에서 개인 훈련을 시작한다. 각 팀 주축 선수 대부분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최형우는 “국내에 남아있으면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는 자리도 많다. 따뜻한 곳에서 조용히 훈련을 하며 국가대표팀과 KIA에 누가 되지 않도록 몸을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봉이 높지 않은 선수들은 갈 곳이 없다. 선수협은 전국 20개 트레이닝 센터와 협약을 맺고 훈련장소를 제공하고 있고, 구단 시설도 이용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지난해 A구단 선수 몇 명은 구단에 ‘가불’을 신청하기도 했다. 새 시즌 급여를 미리 지급받아 해외에서 훈련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감독의 강력한 요청으로 구단은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마저 모든 선수가 쉽게 요청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겨울 동안 생계를 위해 구단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수들도 존재하는 현실이다.

최희섭 MBC 스포츠+해설위원은 “미국에 있을 때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기 전까지는 절대 한국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겨우내 미국에서 훈련했었다. 당시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서 계약금을 높게 주는 구나’그런 생각을 했었다. 메이저리그는 교육리그, 윈터리그 등 겨울 동안 훈련할 기회가 많지만 유망주가 아닌 경우 생계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2016년 KBO리그의 평균 연봉은 1억2656만원이다. FA선수 중 연평균 20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선수들은 5000만원에 못 미치는 수입이다. 사실상 해외 개인 훈련은 불가능하다.

1월 중순 시작됐던 스프링캠프에서도 각 팀 감독들은 이미 완성된 몸으로 훈련에 참가할 것을 원했다. 그만큼 저연봉 선수들이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해야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선수협은 저연봉 선수들의 훈련지원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슈퍼스타 선수들이 코치와 트레이너를 고용한 개인 캠프를 차리고 유망주 선수들을 초청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쌓은 부를 동료들과 나누며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훌륭한 선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