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노예’ 北 해외노동자]국제협약에 외교관 영리활동 금지 北 “내 구역서 장사 뭐가 문제냐”… 獨-불가리아 대사관도 임대수익
현지언론 취재하자 위협하는 대사관 직원 폴란드 방송사의 제작진이 주폴란드 북한 대사관 외경을 촬영하자 북한 직원이 달려 나와 제작진을 주먹으로 위협하며 촬영을 막고 있다. 이 장면은 지난달 8일 고스란히 폴란드 전역에 방송됐다. 폴란드 방송사 TVN 화면 캡처
북한대사관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폴란드 현지 언론들이 북한 노동자의 인권 유린 실태를 포함해 북한대사관의 갖가지 불법 행위를 연일 폭로하며 폴란드 정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정부는 최근 북한대사관에 “민간 기업 임대를 중단하라”는 서한을 여러 차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임대 수입이 대사관 운영비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으니 눈감아 주자”는 인식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1월과 9월 북한의 4, 5차 핵실험 이후 대사관의 임대 수입이 북핵 개발에 쓰일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폴란드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렇잖아도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북한 노동자 송출이 끊겨 외화벌이가 힘든 북한으로서는 대사관 임대 사업마저 못하게 되면 김정은의 통치자금 마련에 타격이 크다.
대사관 건물을 이용해 불법 임대 수입을 올리는 곳은 폴란드만이 아니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서는 북한대사관 건물을 오피스텔로 임대하고 있고, 독일에선 관광객을 위한 호텔로 활용한다. 수도 중심가에 위치한 대사관의 뛰어난 접근성을 이용해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대사관은 민간업자에게 위탁해 임대업을 벌인다. 불가리아 북한대사관은 연간 약 18만 유로(약 2억3000만 원), 루마니아 북한대사관은 이보다 배가 많은 연간 36만 유로 이상의 임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독일 정부도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북한대사관에 민간 기업 임대를 중단하라고 적극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르샤바=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