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감방 청문회’]현장 신문 막전막후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6일 서울구치소에서 국정 농단의 핵심인 최순실 씨를 만나 2시간 반 동안 ‘구치소 청문회’를 갖는 과정은 해프닝의 연속이었다.
최 씨의 수감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구치소 측이 취재진의 입장을 불허하자 국조특위 위원들이 최 씨를 만나기까지 장면을 페이스북에 직접 실시간으로 현장 중계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최순실 수감동으로 가자” 페이스북 생중계
최순실 씨가 2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자필로 써서 제출한 ‘증인 동행 명령 불응 사유 소명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공
김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장제원 하태경 황영철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박영선 손혜원 안민석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 9명은 이날 오후 1시 반 서울구치소 수감동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위원은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했다. 이날 청문회에 들어갈 수 있는 취재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하면서 취재 및 촬영기자들은 새벽부터 줄을 서서 대기했지만 결국 ‘구치소 청문회’ 동행은 거부됐다.
국조특위 위원들이 수감동에 들어간 뒤에도 1시간 반이 지난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접견실에서 최 씨와의 신문이 성사됐다. 서울구치소 측이 스마트폰 현장 촬영을 막으면서 의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 과정을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생중계했다. “서울구치소 안에 들어왔는데, 지금 최순실을 아직 못 만나고 있다. 서울구치소가 최순실 보호소가 됐다”(박 의원) “(ENG 카메라 촬영을 해주기로 한) 약속을 서울구치소가 지키지 않고 있다”(장제원 의원) “최순실 씨 나오세요. 최순실 씨 나오세요! 거기 숨어 있지 말고 나오세요!”(안민석 의원)라는 등 국조특위 위원들이 항의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박 의원은 “무장 병력까지 배치했다가 페이스북을 켜니까 사라졌다”고 현장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 최순실, 수감번호 628번 수의 입고 등장
26일 진행된 최순실 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구치소 현장 신문’은 1989년 3월 5공 비리에 연루된 경제사범 장영자 씨를 방문 조사한 이후 27년 만이며 ‘구치소 청문회’는 1997년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이후 19년 만이다. 위 사진은 당시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장 씨가 병상에 누워 조사에 응하는 모습이며 아래 사진은 정 회장이 서울구치소 본관에서 증인 선서를 하는 모습이다. 동아일보DB
서울구치소에서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가 열린 것은 19년 만이다. 1997년 한보 국정조사특위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을 구치소 청문회에 세웠고 “정태수 리스트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당시 정 회장이나 이날 최 씨가 가장 많이 한 대답은 “모른다” “재판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날 구치소 청문회는 증인 3명의 불출석으로 무산됐다. 그 대신 수감동 현장 신문이 이뤄진 셈이다. 국회의 ‘현장 신문’은 1989년 3월 ‘5공 비리특위’ 조사단이 서울 영등포구치소 장영자 씨의 감방에 들어가 방문 조사한 이후 27년 만이다. 당시 장 씨는 수감 중인 방 안에 누운 채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데 그쳤지만 이날 최 씨 등 증인 3명은 별도로 마련한 접견실에서 2시간 반 동안 위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