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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침착한 태도 보이던 최순실, 세월호 질문 나오자 신경질

입력 | 2016-12-27 03:00:00

[최순실 ‘감방 청문회’]현장 신문 막전막후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6일 서울구치소에서 국정 농단의 핵심인 최순실 씨를 만나 2시간 반 동안 ‘구치소 청문회’를 갖는 과정은 해프닝의 연속이었다.

 최 씨의 수감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구치소 측이 취재진의 입장을 불허하자 국조특위 위원들이 최 씨를 만나기까지 장면을 페이스북에 직접 실시간으로 현장 중계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최순실 수감동으로 가자” 페이스북 생중계

 

최순실 씨가 2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자필로 써서 제출한 ‘증인 동행 명령 불응 사유 소명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공

이날 오전 10시 서울구치소 대회의실에서 청문회를 개의했으나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수석비서관, 정호성 청와대 전 부속비서관 자리는 비어 있었다. 모두 불출석을 통보한 탓이다. 텅빈 회의장에서 갑론을박한 끝에 김성태 위원장은 “직접 수감동에 찾아가 공황장애인지, 심신이 피폐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구치소 청문회’를 강행하기로 의결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장제원 하태경 황영철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박영선 손혜원 안민석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 9명은 이날 오후 1시 반 서울구치소 수감동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위원은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했다. 이날 청문회에 들어갈 수 있는 취재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하면서 취재 및 촬영기자들은 새벽부터 줄을 서서 대기했지만 결국 ‘구치소 청문회’ 동행은 거부됐다.

 국조특위 위원들이 수감동에 들어간 뒤에도 1시간 반이 지난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접견실에서 최 씨와의 신문이 성사됐다. 서울구치소 측이 스마트폰 현장 촬영을 막으면서 의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 과정을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생중계했다. “서울구치소 안에 들어왔는데, 지금 최순실을 아직 못 만나고 있다. 서울구치소가 최순실 보호소가 됐다”(박 의원) “(ENG 카메라 촬영을 해주기로 한) 약속을 서울구치소가 지키지 않고 있다”(장제원 의원) “최순실 씨 나오세요. 최순실 씨 나오세요! 거기 숨어 있지 말고 나오세요!”(안민석 의원)라는 등 국조특위 위원들이 항의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박 의원은 “무장 병력까지 배치했다가 페이스북을 켜니까 사라졌다”고 현장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 최순실, 수감번호 628번 수의 입고 등장

 

26일 진행된 최순실 씨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구치소 현장 신문’은 1989년 3월 5공 비리에 연루된 경제사범 장영자 씨를 방문 조사한 이후 27년 만이며 ‘구치소 청문회’는 1997년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이후 19년 만이다. 위 사진은 당시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장 씨가 병상에 누워 조사에 응하는 모습이며 아래 사진은 정 회장이 서울구치소 본관에서 증인 선서를 하는 모습이다. 동아일보DB

최 씨는 수감번호 628번이 적힌 연한 녹색 수의를 입고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건강에 큰 이상이 보이진 않았다고 한다. 최 씨는 물도 곧잘 마시고, 화장실도 한 번 다녀오는 등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질문에는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세월호 참사 날짜를 물으니 ‘언제인지 모른다. 연관시키는 질문은 하지 말라’며 신경질을 냈다”고 전했다. 최 씨가 계속 아프다고 하다가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대목에서는 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특위 위원들이 전했다.

 최 씨의 수감 생활도 공개됐다. 그는 보통 독방(0.7평)의 약 2배인 1.5평 독방에서 신문과 TV를 보면서 지낸다고 한다. 하 의원은 “최 씨와 악수를 했는데 혈액순환이 잘되는 것 같다. 아주 손이 따뜻했고 신체에 건강상의 문제는 없어 보였다”고 했다. 손혜원 의원은 “이 정도 사람에게 우리나라가 흔들렸나 생각했다”고 최 씨를 만난 느낌을 전했다.

 서울구치소에서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가 열린 것은 19년 만이다. 1997년 한보 국정조사특위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을 구치소 청문회에 세웠고 “정태수 리스트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당시 정 회장이나 이날 최 씨가 가장 많이 한 대답은 “모른다” “재판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날 구치소 청문회는 증인 3명의 불출석으로 무산됐다. 그 대신 수감동 현장 신문이 이뤄진 셈이다. 국회의 ‘현장 신문’은 1989년 3월 ‘5공 비리특위’ 조사단이 서울 영등포구치소 장영자 씨의 감방에 들어가 방문 조사한 이후 27년 만이다. 당시 장 씨는 수감 중인 방 안에 누운 채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데 그쳤지만 이날 최 씨 등 증인 3명은 별도로 마련한 접견실에서 2시간 반 동안 위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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