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동시다발 압수수색]정권에 비우호적 9473명 명단 작성 조윤선 장관-정관주 前차관이 주도 의혹… 김기춘, 큰 방향 지시했을 가능성 지난 10월 장관실 컴퓨터 하드 바꿔 블랙리스트 관련 증거인멸 의혹 문체부 “취임 따른 자연스러운 교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문화예술계 인사를 이념 성향에 따라 분류해 지원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박 특검팀이 26일 문화체육관광부를 압수수색한 곳은 10월 2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파헤친 곳과는 다르다. 특검이 기존 검찰 수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사의 갈래를 찾아냈다는 의미다.
이날 특검은 문체부 예술정책관실과 기획조정실, 콘텐츠정책관실, 관광정책관실 그리고 조윤선 장관 집무실과 차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을 하나로 꿰는 것은 ‘문체부 인사 개입’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이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곳으로 지목된 예술정책관실에서 실제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조 장관의 윗선 격인 김기춘 전 실장이 큰 흐름에서 이러한 지시를 내려보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이 블랙리스트 작성 실체를 밝혀낸다면 문화계는 물론이고 사상(思想)의 영역까지 입맛에 맞게 관리하려 한 정권의 구태(舊態)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리는 문예위 문건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2015년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서명 문화인 594명 △2014년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754명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6517명)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 선언(1608명) 문화인 등 총 9473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8월 숨진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남긴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할 것”(2014년 10월 2일)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화연대와 서울연극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12개 단체는 이달 초 특검팀에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전 교육문화수석), 정 전 차관 등 9명을 고발했다.
전승훈 raphy@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