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高 2관왕 주역… 서울대 합격
특기생 입학 사전담합 부당 지적하다 블랙리스트 올라 대학 입학 거부당해
재수→美 진출 시도→3수 끝 합격
“마음 편하게 야구하고 싶은 생각뿐”

▲ 홍승우(왼쪽)가 서울고 3학년이던 2014년 5월 1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2-3으로 뒤지던 9회초에 동점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홍승우는 서울고 3학년이던 2014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최다 득점(7점)을 기록하며 모교에 첫 황금사자기를 안겼다. 당시 서울고는 대통령배 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전국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주로 1번 타자로 경기에 나선 홍승우는 타율 0.429(56타수 24안타)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이듬해 그에게는 소속팀이 없었다. 대학 6곳에 원서를 내 3곳에 붙었지만 2곳에서 ‘입학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나마 입학한 학교에서는 ‘야구부 활동은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그는 재수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를 찾는 학교가 1곳도 없었다.
홍승우가 올해 서울대에만 원서를 넣은 건 “어차피 다른 학교에서는 나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홍승우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건 그가 수험생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한 대가다. 시험을 보고 싶은 대학에 원서를 넣을 수 있는 권리가 그것이다.
야구 특기생 입시 과정에서 각 대학은 필요한 선수를 미리 점찍어두는 일이 많다. 그래서 예상하지 못했던 지원자가 생기면 입시에 혼선이 생긴다. 미리 들어오기로 돼 있던 선수가 입학을 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승우는 이러한 ‘사전 담합’이 부당하다고 지적했고, 결국 입시 비리 수사로 이어졌다.
홍승우는 “이제 부담을 덜었으니 경기에 뛰고 싶은 마음뿐이다. 일단은 마음 편히 야구를 하고 싶다는 게 제일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