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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선물, 한우-조기 밀어낸 돼지-민어

입력 | 2016-12-27 03:00:00

청탁금지법 시행후 첫 명절… 5만원 이하 상품이 대세




 

내년 설(1월 28일) 선물세트 기획을 위해 최근 모인 이마트 수산팀이 고민에 빠졌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이후 첫 명절이어서다. 하지만 기존 참조기 굴비로는 도저히 청탁금지법 선물 상한액인 5만 원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85g짜리 참조기 10마리로 선물세트를 만들려면 최소 7만 원 이상은 나왔다. 그렇다고 작은 참조기 5마리만 넣자니 선물치고 너무 초라해 보였다.

 그래서 떠올린 게 민어를 굴비조기처럼 말린 민어굴비. 민어는 마리당 300g 내외로 보통 참조기보다 훨씬 커서 5마리만 넣어도 풍성해 보였다. 가격은 4만9500원. 이마트에서 민어굴비 선물세트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우택 이마트 수산 바이어는 “지난 추석 때까지만 해도 참조기 굴비세트 물량을 1만 개가량 준비했지만 올해는 이를 7000개 수준으로 줄였다”며 “그 대신 민어와 부세 굴비세트를 각각 2000세트 준비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설을 한 달여 앞두고 유통업체들이 5만 원 이하 선물세트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고급 명절 선물인 굴비와 한우를 대체하는 이색 선물세트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 돈육 선물세트 백화점에 첫 등장

 고가(高價) 선물의 대명사인 백화점 정육 선물세트에도 근래 처음으로 5만 원 이하 선물세트가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처음으로 돼지고기로 구성한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돼지고기 중 선호도가 높은 삼겹살 1.0kg과 목심 0.5kg으로 구성한 ‘돈육 실속 구이세트’가 대표적이다. 가격은 4만9000원.

 쇠고기는 용량을 줄여 5만 원 단가를 맞췄다. 일반적으로 쇠고기 선물세트의 용량은 2.4kg 이상으로 수입육은 부위에 따라 10만 원 이상, 한우는 20만 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설 선물용으로 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1kg, 1.2kg짜리를 내놓았다. 불고기와 국거리용으로 구성한 ‘호주 와규 실속 정육세트(1.2kg)’가 4만9000원이다.

 현대백화점도 명절 선물로는 처음으로 돼지 불고기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내년 1월 8일까지 예약 판매기간에만 5만 원에 파는 ‘쌍다리 돼지 불백’이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성북구에 있는 45년 전통 연탄 불고기 전문점의 돼지 불고기 선물로 바이어가 1년 전부터 겨우 설득해 만들었다”고 전했다.


○ 청탁금지법용 선물 카탈로그 등장

 유통업체들이 해마다 명절을 앞두고 내놓는 100∼160쪽짜리 명절 선물 카탈로그도 확 바뀌었다. 기업 대관팀 등이 선물을 고르기 쉽도록 바뀐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페이지에 품목별로 다양한 가격대 상품을 선보였지만 이번 설 카탈로그는 가격대별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아예 5만 원 이하 선물만 모아놓은 35쪽짜리 별도 책자를 만들었다.

 정가는 5만 원이 넘지만 10∼30% 할인해주는 사전예약판매 기간에만 5만 원 이하로 내려가 청탁금지법을 피해갈 수 있는 선물세트의 예약 판매 실적은 급증했다. 이마트의 이달 8∼18일 설 선물 사전예약판매 매출은 지난해 동일 시점 대비 371.8% 늘어났다. 판매 수량 중 98%가 5만 원 미만 선물세트였다.

 남기대 롯데백화점 식품부문장은 “5만 원을 맞추기 위해 중량을 조정하거나 색다른 아이디어를 반영한 신상품 선물세트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수 kimhs@donga.com·한우신·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