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김한별. 사진제공|KBL
현재 여자프로농구 유일 혼혈선수
타고난 파워로 수비 땐 ‘빅맨’ 담당
한때 한국여자프로농구에 혼혈선수 영입 바람이 불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인 혼혈선수를 구단들이 직접 발굴해 영입하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많은 선수들이 실패를 겪고 한국을 떠났다. 지난 시즌에는 서류를 위조한 혼혈선수(첼시 리)까지 등장했다. 급기야 WKBL은 혼혈선수 규정을 폐지했다. 이런 와중에 유일하게 국내 코트를 누비고 있는 혼혈선수가 있다.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삼성생명에서 뛰고 있는 김한별(30·178cm)이다.
2009∼2010시즌 국내무대에 데뷔한 김한별은 빼어난 운동능력과 개인기술을 바탕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던 도중 무릎 부상을 입었고, 2011∼2012시즌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3∼2014시즌 부상에서 회복해 33경기에 출전했지만, 이전만큼의 기량을 보이지 못한 그녀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부상으로 심신이 지친 데다, 삼성생명과의 계약도 만료돼 짐을 꾸렸다. 한국무대로 되돌아올 것 같지 않았던 그녀는 1년 뒤 복귀를 결심했다. 고질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던 무릎 상태가 호전되고, 농구에 대한 간절함이 생겨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삼성생명 김한별. 사진제공|KBL
지난 시즌 몸을 다시 만들고 잃었던 코트 감각을 회복하는 데 집중한 김한별은 2016∼2017시즌에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주로 교체 멤버로 출전하지만 포인트가드가 약한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한국무대에서 주로 슈팅가드나 스몰포워드로 활약했던 그녀는 최근 들어서는 포인트가드까지 맡고 있다.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볼 핸들링이나 패스 센스는 우리 팀 선수들 가운데 가장 좋다”고 볼 배급 역할을 맡긴 이유를 설명했다. 그뿐이 아니다. 파워가 뛰어나 수비 때는 상대 빅맨까지 담당하는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났다. 26일 KB스타즈와의 홈경기에선 승부처였던 4쿼터 상대 빅맨 박지수를 잘 막았다.
김한별은 “대학 시절 포지션이 포인트가드였는데, 한국에 와서는 팀에 뛰어난 가드들이 많아 다른 포지션을 담당했다. 오랜만에 볼 배급을 맡고 있지만, 대학 시절에 했던 역할이라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인트가드를 맡게 되면 그날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를 찾아 기회를 자주 주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동료들이 잘 도와줘서 큰 어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숙제는 농구보다 건강이다. 늘 문제가 됐던 무릎 상태를 최대한 좋게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체중을 조절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이가 한 살씩 많아지면 무릎은 계속 안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농을 던진 김한별은 “출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팀이 원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