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상 최악 확산]1주일이 AI 잡을 골든타임
○ 골든타임 놓치면 도살처분 5000만 마리까지로 늘 듯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민관합동 AI 일일점검회의’를 주재하고 “1주일 이내에 AI를 진정시켜야 할 것”이라면서 “오늘부터 일일점검회의에 매일 참석하겠다”라고 밝혔다. 1주일 안에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AI 의심 신고가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일주일이면 확산세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구 한양대 의대 교수(병리학)는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아직 정점을 찍지 않은 것”이라면서 “추운 날씨에는 AI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강해져 5000만 마리 이상이 도살처분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도 “전국에 AI 바이러스가 퍼져 있어 육계까지 피해를 볼 우려가 높으며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산란계는 6985만여 마리다. 5000만 마리 이상이 도살처분되면 우리나라 산란계의 대부분이 없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 경우 농가와 정부가 입는 직접 손실이 8573억 원이며 육가공업과 음식업 등 간접 손실을 합하면 피해가 1조4769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 방역 왜 뚫리나, 인체 감염 우려도
정부는 도살처분과 이동 중지 명령, 백신 등의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방역 전문가는 “정부 대책은 모두 악수(惡手)”라면서 “가장 기본적인 대책인 도살처분부터 지연되고 현장에 투입된 인력이 방역 소홀로 오히려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강력 비판했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인체 감염 등 2차 피해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 교수는 “현재 유행하는 A형 독감과 AI가 결합해 신종 독감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도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인력이 감염된 분변 등을 접촉하면 바이러스 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도살처분 투입 인력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있지만 자진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어 정확한 상태를 알기 어렵다.
환경오염과 관광객 감소 등도 우려된다. 충남 천안에서는 도살처분된 가금류를 처리하는 공장에서 침출수가 방출돼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 경기 고양시, 경남 양산시 등 전국에서 해맞이 행사, 타종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관광객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 메르스 때처럼 외국인 관광객 방문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군 인력 투입해야
현장 인력이 부족한 데다 상황이 길어지면서 방역 인력의 피로도 가중되고 있다. 27일 경북 성주군 성주읍에서 AI 업무를 보던 성주군 농정과 공무원 정모 씨(40)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지금까지 오전 7시 40분에 출근해 밤 9∼10시까지 근무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나 유서가 없는 점 등으로 미뤄 과로사로 추정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반면 국방부는 군 인력의 현장 투입을 머뭇거리고 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부모들의 반대가 심하고 장병의 안전 문제도 있어 쉽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군 인력은 통제 초소 운영이나 농장 분뇨 처리에만 투입되고 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장택동 / 성주=장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