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학교’ 세운 장수한 씨… ‘한국갭이어’ 대표 안시준 씨
안시준 한국갭이어 대표(왼쪽)와 장수한 퇴사학교장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다 보면 사회 변화와 상관없이 먹고살 길이 열릴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장 씨는 4년간 다닌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1년가량 방황한 후 올해 5월 ‘퇴사학교’를 설립했다. 자아 탐색에 대한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글도 써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는 “‘퇴사학교’는 퇴사를 권하는 곳이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고민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곳”이라며 “6개월간 1500여 명이 프로그램을 수료했는데 회사를 그만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갭 이어(gap year)’는 학업이나 일을 잠시 중단하고 여행, 봉사 등을 하며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말한다. 미국, 호주 등에서 정착된 제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장녀 말리아가 하버드대에 입학하기 전 ‘갭 이어’를 가진다고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
안 씨는 “초반에는 상처가 있는 분이 많이 왔는데, 요즘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 때문에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10대에는 입시를, 20대에는 입사를 위해 전력 질주하다 취업한 후 허무함을 느끼고 기대했던 것처럼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단다.
두 사람은 “사람들을 만나 보니 내가 누구인지, 진짜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해 본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필요한 건 시간이란다.
“찬찬히 돌아보면 억눌려 있던 욕구를 발견할 수 있어요. 사회가 정해 놓은 틀이나 부모님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처럼 욕망을 짓누르는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해 보면 내면의 욕구가 보이죠.”(안 씨)
“준비가 안 된 채 사표를 내려는 사람은 말려요. 좋아하는 일을 먼저 찾으라고 당부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죠. 맛집을 좋아하는 건 취미에 그치지만 세계의 맛집을 다닌 후 책을 내면 직업이 될 수 있어요.”(장 씨)
“한국에도 ‘갭 이어’가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자녀가 ‘갭 이어’를 간다고 하면 부모가 지지해주는 날이 오길 꿈꿉니다.”(안 씨)
“회사에서 자기계발을 위한 휴직이 의무화되길 바랍니다. 덴마크처럼 평생 공부하고 배우면서 일의 가치와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시스템이 한국에도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장 씨)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