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특검 ‘최순실 개입’ 진술-증거 확보
블랙리스트 논란 휩싸인 문체부 장관-前차관 문화예술계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위쪽 사진). 역시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이 이날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권 차원에서 문화예술계 인사 9400여 명을 찍어내려 한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들을 걸러내 좌편향으로 모는 ‘김기춘 식 공안통치’, 최 씨의 사업 이권을 위한 예산 편성과 인사 분류 구상이 빚어낸 작품이 곧 블랙리스트라는 것이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최 씨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최 씨와 박 대통령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정호성 전 청와대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을 추궁하고 있다.
최 씨 주변 인물들은 검찰 수사와 특검 조사에서 “최 씨는 자신의 호불호나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단체나 인물을 리스트에 포함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자신이 미르재단과 플레이그라운드 등을 통한 문화부문 사업의 장애물들을 치우는 데 블랙리스트를 도구로 썼다는 취지다.
특검은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1차관을 블랙리스트 수사의 우선 타깃으로 삼았다. 두 사람은 정무수석실에서 수석과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일하다 시차를 두고 문체부로 자리를 옮겼다. 특검은 최 씨가 조 장관과 정 전 차관을 문체부에 보내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와 별 관련이 없는 두 사람의 임명이 최 씨 자신의 사업은 물론이고 국정 농단이 수면 위에 떠오를 것에 대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수사는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의 존재 및 성격을 밝히는 일 자체가 박 대통령이 언론 및 사상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헌법 위반 사안을 규명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검 역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김 전 실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에 국한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