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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서민 등친 악인역 완벽 빙의… 김우빈, 속모를 감정연기 관객 압도

입력 | 2016-12-28 03:00:00

개봉 닷새 만에 관객 300만 돌파 영화 ‘마스터’ 흥행 이끄는 두 주역




《 21일 개봉한 뒤 닷새 만에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마스터’. 수만 명을 대상으로 조(兆) 단위의 사기를 기획하는 진 회장(이병헌)과 그 뒤를 쫓는 수사관 김재명(강동원) 그리고 선과 악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천재 해커 박장군(김우빈)의 이야기다. 두 주역, 배우 이병헌과 김우빈을 최근 만났다. 》
 
희대의 사기꾼 진회장 역 이병헌

서민을 상대로 수조 원의 사기를 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진 회장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 그는 “스스로 설득이 되지 않은 캐릭터라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3분가량 이어지는 진 회장의 연설 장면으로 시작한다. 희끗한 머리에 품 큰 갈색 양복, 굵은 넥타이를 맨 그가 청중 앞에 선다. “세상이 저를 사회악, 쓰레기라고 부를 때 제 손을 잡아준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원형 관객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기립해 힘껏 박수를 친다.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설득력이 느껴지길 원했어요. ‘회원들은 바보가 아니고 당할 만했구나’라는 거죠.”

 이병헌이 연기한 진 회장은 서민의 고혈을 빨아먹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채 폭주하는 희대의 사기꾼이다. 자칫하면 평면적 악인으로 비칠 수 있는 역할이지만 그의 연기는 단선적이지 않다. 금융기관장 살인을 사주한 진 회장이 뉴스를 통해 죽음을 접하는 장면에서 이병헌은 잠시 시선을 떼고 고뇌하다가 이내 표정을 바꾸며 평정을 되찾는다. 사람을 죽이고도 곧바로 합리화할 수 있는 인물, 그가 해석한 진 회장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면 스스로 합리화하고 싶어 하죠. 진 회장은 이런 성향이 일반인보다는 더 강한 사람인 거죠.”

 경찰에 쫓겨 필리핀으로 도피한 진 회장을 연기할 때 이병헌식 악인 연기는 정점에 이른다. 능숙하게 필리핀식 영어를 구사하며 현지 정치인을 꾀는 장면에서다.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는 후배가 일부러 알아듣기 힘든 영어를 구사하더라고요. 필리핀 현지인 3명이 구사하는 영어를 녹음해 억양을 익혔어요. 상대의 신뢰를 얻고자 하는 진 회장에게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조 원대 사기꾼, 정치 깡패, 암살자 등 그가 맡아 온 역할은 모두 강렬하다. 차기작은 공효진과 함께하는 ‘싱글라이더’. “영화뿐 아니라 현실도 팍팍하잖아요. 가족 얘기인 ‘싱글라이더’를 통해 정서적으로 따뜻함을 전해주고 싶어요. 하하.”
 
20대 천재 해커 박장군 역 김우빈

모델학과 교수가 꿈이었던 김우빈은 이제 모델보다 연기자라는 수식어가 익숙하다. 그는 “모델 일과 연기 모두 감정 표현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말했다. sidus HQ 제공

 관객은 예상치 못한 전개에서 영화의 재미를 찾는다. ‘마스터’에서 재미를 담당하는 인물은 사기꾼도 경찰도 아닌 속을 알 수 없는 천재 해커 박장군. 러닝타임 내내 그는 진 회장과 김재명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시나리오 읽을 때도 장군이가 가장 좋았어요. 제가 배역 선택권을 가졌더라도 박장군 역을 택했을 거예요.”

 그는 ‘살아 숨쉬는’ 박장군을 보여주고 싶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카메라는 박장군의 얼굴을 클로즈업했고 화면 속 그의 말투와 눈빛은 의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 그가 조력자이자 친구인 안경남을 대할 때는 영락없이 평범한 20대 청년이 됐다.

 “범상치 않은 천재의 삶을 살아왔지만 또래 친구를 만났을 때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20대 특유의 표정이나 몸짓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경남이를 만날 때는 조금 더 천진난만하고 아이 같은 모습이 보였으면 했습니다.”

 2008년 서울패션위크에서 모델로 데뷔한 그는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연기를 배웠다. 한 자동차 광고 오디션을 보러 간 그에게 감독이 시킨 건 워킹이 아닌 연기였다. 의자를 주고 여자친구와 드라이브하는 상황을 표현해 보라고 한 것. “좋은 모델이 되려면 연기를 할 수 있어야 했어요. 모델 일이나 연기 모두 감정 표현이라는 점에서 같으니까요.”

 모델로 시작했지만 이제 그는 ‘대세’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배우가 됐다. 그는 ‘상속자들’ ‘친구2’ ‘기술자들’ ‘함부로 애틋하게’ 등의 작품에서 이미 여러 번 주연을 맡았다.

 “‘연기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연구하고 고민하는 만큼 다른 결과물이 나오니까요. 정답에 가까울 것만 같은 지점을 향해 고민하는 것, 그게 결국 정답 아닐까요?”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