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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촛불집회에 몇 명이 모였는지 어떻게 알까

입력 | 2016-12-28 03:00:00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차 촛불집회. 장승윤 기자tomato99@donga.com

 12월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여러 차례 촛불집회가 서울 도심을 비롯해 전국에서 일어났습니다. 마치 거리 축제 또는 응원장 같은 분위기의 이 광경을 지켜본 서영이는 불빛 하나가 점처럼 보이는 많은 인파에 놀랐고, 또 안전하고 차분하게 집회가 마무리되는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서영: 엄마, 같은 날 참여 인원수를 놓고 100만 명이 모였다고 하고, 26만 명이 모였다고도 하던데 어떻게 사람 수를 다 세지요?

 엄마: 정확한 수를 세기는 어렵고 일종의 어림값을 구하는 거란다.

 서영: 그럼 100만 명, 26만 명 중 어떤 것이 맞아요?

 엄마: 어림값은 세는 목적과 어림하는 방법 등에 따라 다르지.



○ 페르미 추정

 직접 세는 일은 측정이지만, 어림값을 찾는 것처럼 미루어 생각하는 것을 추정이라 합니다. 또 추정하여 셈하는 것을 추산한다고 합니다. 군중의 규모를 측정하거나 추산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통계학 또는 저널리즘의 중요한 문제로 연구되고 있으며 군중의 행동 등은 물리학의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물리량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제안된 방법 중 하나가 페르미 추정입니다. 

 페르미 추정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과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학생들에게 낸 문제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 체육관을 탁구공으로 가득 채우려면 몇 개의 탁구공이 필요할까?’ ‘내 머리카락은 몇 개일까?’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벽한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림셈을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이런 문제는 논리력과 순발력을 요하는 정보기술(IT) 기업 면접 문제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페르미 추정에서 중요한 점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세상을 잘 관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단계) 수학적 용어로 현상 표현하기

 우선 실제 현상의 문제를 수학적 대상으로 끌어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이때는 수학적인 분석이 가능하도록 상황이나 문제를 단순화해서 수학적인 상황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 흔히 보는 200mL 컵에 들어가는 땅콩의 개수는 몇 개일까?’ ‘내가 알고 있는 도형 중 가장 비슷한 모양의 도형은 무엇일까?’ 등으로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이지요.

 2단계) 문제 해결하기

 이제 땅콩 한 개의 부피를 어림 계산해서 1L 병에 들어가는 땅콩의 개수를 추정하는 전략을 사용하려 합니다. 먼저 땅콩 한 개의 부피를 계산해봅시다. 땅콩 모양을 높이는 2cm 지름은 1cm인 원기둥이라고 가정하고 그 부피를 구하면,

 1×1×3.14(원주율)×2=1.57입니다.

 이 원기둥의 80%가 땅콩이 차지하는 부피라면 실제 땅콩 하나의 부피는,

 1.57×0.8=1.256입니다.

 따라서 1L의 병에 땅콩들을 담을 때, 땅콩 사이의 공간을 고려하여 약 80%만 땅콩으로 채워진다고 하면 1L 병에 들어가는 땅콩의 수는 약 637개가 됩니다.[그림]



 3단계) 현상에 반영하기

 마지막으로 두 번째 단계에서 얻은 결과를 현상에 적용합니다. 실제로 1L 병에 들어가는 땅콩의 개수와 추정해 본 개수의 결과를 비교하거나 이전 단계에서 보완할 점을 생각해보는 것이지요. 부피를 알고 있는 1L보다 작은 용기에 들어 있는 땅콩의 개수를 바탕으로 비례식을 이용하면 그 얻어지는 추정 값은 또 달라질 것입니다. 



○ 수학으로 본 100만 명의 의미

 아주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판단됐던 지난달 한 집회에서 주최 측은 100만 명을 어림잡았는데 같은 날 경찰은 26만 명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양쪽 추정 값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측정 목적과 추산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특정 순간의 최대 인원을 셉니다. 기본적으로 집회 인원을 세는 목적이 치안을 위한 대응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찰은 기준 면적인 3.3m²에 서있는 성인이 들어가는 인원을 기준으로 최대 9, 10명으로 보고 집회장소의 면적을 곱해 참여 인원을 추산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1m²당 최대 인원은 2.7∼3.3명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참여 인원을 추산하고자 하는 광화문 일대의 면적이 약 10만 m²라고 할 때 참여 인원은 약 27만 명이 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앞서 말한 페르미 추정에 의한 것이지요.

 그러나 이 방법은 멈춰있는 사람을 세는 방법이며, 집회를 마치고 현장을 떠나는 인원이나 새로 들어오는 인원을 제외합니다. 그래서 오후 7시 30분을 기준으로 하는 인원과 오후 10시를 기준으로 하는 인원 등이 달라집니다.

 반면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인원 전체를 셉니다. 경찰이 특정 시점의 참여 인원을 추산한다면 주최 측은 연이은 인원을 세는 셈입니다. 그래서 100만 명이라는 수가 나온 것이지요.

 대규모 인원을 추산하는 제안된 다른 방법으로는 공연장 앞부분의 청중이 춤추는 곳의 인원수처럼 밀집된 인원을 고려하여 적용하는 방법이나 입자물리 실험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응용하여 사진 속 촛불 수를 세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1m²당 인원수를 고려한 것이지요. 최근에는 이동하는 인원이 평균 머무는 시간 등을 고려한 방법도 제시됐습니다. 밀집 인원과 유동 인원을 고려한 방법으로 계산하면 약 100만 명이 된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호기심을 갖고 대규모 인원을 헤아리는 더 설득력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세요.
 
박지현 반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