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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송박사의 술~술 경제]복지국가가 되는 길

입력 | 2016-12-28 03:00:00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인들 사이에 ‘복지’가 다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같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의가 많았는데 최근 일부 대선 주자는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주장하네요. 재산의 규모, 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균등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뜻입니다.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절대 빈곤이 사라지고 경제적 격차가 줄어들어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입니다.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의 발달로 나타날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의 많은 직업이 사라져 일자리를 급속하게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죠.

  그러나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려면 국가에서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870만 가구 모두에게 월 200만 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려면 매달 37조 원, 매년 무려 440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내년도 예산 규모가 400조 원인데 기본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 1년 예산을 전부 쏟아 넣어도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누구에게나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기본소득의 철학에 부응하려면 실로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셈이죠.

 결국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데 국민의 세금 부담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것입니다. 또 기본소득제의 도입으로 국가의 부채는 크게 늘어납니다. 국가부채의 증가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현 세대의 복지 부담을 떠넘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로 엄청난 복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미래세대에게 현 세대의 기본소득 보장을 위해 부실한 국가재정까지 물려주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입니다.

 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소득을 보장해주는 기본소득제는 근로에 대한 동기 부여를 크게 약화시킬 것입니다. 인구의 감소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근로유인을 크게 약화시키면 노동공급의 감소, 성장의 정체, 복지비용 과다에 따른 국가부채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기본소득제’란

재산, 소득, 고용 여부, 노동 의지와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동일한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기본소득제를 찬성하는 측은 이 제도가 소득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전 국민에게 생활비를 주면 세금 부담이 커지고, 노동생산성도 낮아진다고 합니다. 유럽 복지국가 핀란드는 2017년부터 무작위로 선정한 국민 1만 명에게 일정 수준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네덜란드 19개 지방정부에서도 내년부터 기본소득제를 도입해 이 제도가 노동자의 근로 의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합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