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의 변화상
차로 30분은 달려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버스로는 열 정거장이 넘었다. 그나마 그 정도 거리에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8차로 도로 옆에 서 있는 2층짜리 단독 건물을 들어설 때면 가슴이 뛰었다. 그곳을 가는 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아이도 그랬고 큰돈 써야 하는 부모에게도 그랬다. 대다수 아이들이 집 아니면 햄버거집에서 생일파티를 열던 시절 그곳에서 파티를 여는 친구는 뭔가 특별해 보였다. 그곳에서의 생일파티가 부의 상징까지는 아니어도 부러움의 대상 정도는 됐으리라. 1990년대 중반까지 그 곳은 그런 존재였다.
그곳은 피자집이다. 20여 년 전 피자의 의미는 지금과 달랐다. 뭔가 특별한 음식이었다. 아이들의 생일파티 장소가 햄버거집을 거쳐 피자집, 피자집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바뀌고 지금은 호텔을 빌려 생일파티를 여는 모습도 일상화된 그 세월 동안 피자의 의미는 변했다. 맘 잡고 먹는 특별한 음식이 아닌 아무때나 시켜 먹는 배달 음식, 지금의 피자가 갖는 이미지다. 대중화됐고 일상화됐고 저렴해졌다. 역설적이게도 그러는 동안 피자는 보다 화려해졌다. 과거에는 얇고 둥근 붉은 햄만 올려 있어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지금은 커다한 새우가 통째로 올라간다. 허연 밀가루 반죽이 전부였던 피자 테두리에는 언젠가부터 치즈가 들어갔다. 부드러운 고구마가 테두리를 한 바퀴 돌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의 설렘으로 남아있는 피자의 변화상을 짚어 봤다. 주요 대상은 1985년 한국에 진출한 피자헛 그리고 1990년 한국에 첫 매장을 낸 도미노피자다. 피자는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덜 바뀌기도 했다.
아쉽게도 2000년 이전에는 데이터가 남아 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 그리고 피자 마니아들의 증언으로 추억해 볼 뿐이다.
인기 불변 스테디셀러들
피자헛 슈퍼슈프림피자
피자헛은 슈퍼슈프림의 고급 버전인 엑스트리마를 내놓기도 했다. 슈퍼슈프림보다 토핑 크기가 커졌다. 덕분에 2004년과 2006∼2008년 판매 순위 1위는 엑스트리마였다. 물론 그때도 슈퍼슈프림이 인기 순위 상위 3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피자헛은 이후 슈퍼슈프림과 엑스트리마 메뉴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피자헛 관계자는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을 때 엑스트리마보다 슈퍼슈프림의 인지도가 더 높았다”며 “슈퍼슈프림을 엑스트리마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며 메뉴를 합쳤다”고 말했다. 슈퍼슈프림은 2016년 지금까지도 그 인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도미노피자 포테이토피자
피자헛 로스트비프피자
화려해진 테두리·토핑 경쟁
피자업체들의 차별화 경쟁은 해산물 같은 고급 토핑 사용에서부터 치즈, 테두리, 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도미노피자가 15가지 국산 곡물을 사용해 만든 도로 선보인 피자. 도미노피자 제공
비슷한 시기에 도미노피자는 더블크러스트라는 피자를 선보였다. 이 피자는 도(dough) 사이에 치즈를 넣은 제품이었다. 피자의 바탕인 도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피자헛은 2010년에 손으로 직접 두드려 만들어 쫄깃한 식감이 특징인 ‘찰 도’를 개발했다. 찰 도를 활용한 더스페셜 피자는 2010∼2012년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도미노피자 킹프론 씨푸드피자
피자헛 통베이컨 스테이크피자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