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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나타난 ‘얼굴없는 천사’…돼지저금통과 현금뭉치 두고 가

입력 | 2016-12-28 16:36:00


28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맡긴 돈을 세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4억9785만9600원을 기부했다.

2000년부터 전북 전주시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나타나 온정을 베풀었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잊지 않고 다녀갔다.

28일 오전 11시 8분경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50대로 짐작되는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 남성은 "주민센터 뒤 천사공원에 돈을 놓았으니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 달라"는 짤막한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현장에 가보니 A4 용지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었다. 세어보니 1만 원, 5만 원 권 지폐와 동전 등 모두 5021만7940원이었다. 박스 안에는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든 한해였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선물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쪽지도 있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성금을 전달한 이의 목소리나 방식 등이 지난 15년간 찾아왔던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은 인물로 보고 있다. 전화를 받은 정세현 씨(48)는 "요즘처럼 경제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려운 이웃을 배려해주는 그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을 포함해 얼굴 없는 천사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총 4억9785만9600원이다. 전주시는 매년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소년소녀가장과 홀몸노인 등을 돕고 있다.

전주시와 노송동 주민들은 2009년 노송동주민센터 앞에 기부자의 아름다운 뜻을 기리기 위해 천사비를 세웠다. 천사비에는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