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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가계 여윳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

입력 | 2016-12-28 16:44:00


올해 3분기(7~9월) 국내 가계의 여윳돈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빚을 내 집을 사는 데 돈을 많이 쓴 탓이다.

반면 세금이 많이 걷혀 정부의 여윳돈은 3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일반 기업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면서 처음으로 여유자금이 생겼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1조9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2조2000억 원(86.5%) 급감했다. 이는 새로운 국제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과거 통계 기준으로 비교하면 2005년 2분기(1조7000억 원)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적다. 자금잉여는 가계가 예금, 보험, 주식 투자 등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자금 조달)을 뺀 것으로 가계의 여유자금을 뜻한다.

3분기 자금잉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가계의 소득과 소비가 정체된 상황에서 가계가 빚을 내 집을 사느라 돈을 많이 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분기 가계의 자금 운용 규모는 39조9000억 원으로 전 분기(50조7000억 원)보다 21.3% 감소한 반면 자금 조달은 같은 기간 36조6000억 원에서 38조 원으로 3.8%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가 예금 등 금융자산을 줄인 대신 신규 주택 구입 등을 통해 실물자산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주택 구입 등으로 빚을 계속 늘리면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9월 말 현재 1517조 원으로 처음으로 1500조 원을 넘어섰다. 3개월 새 37조8000억 원 늘어났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2.2배로 2013년 6월 말(2.19배) 이후 가장 낮았다.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더 빠르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회사를 제외한 국내 기업(비금융 법인기업)들은 3분기 자금잉여 규모가 4조5000억 원이었다. 관련 통계가 재편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비금융 기업의 여윳돈이 생긴 것이다. 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이 0.2%에 그치는 등 민간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여기에 3분기 한국전력이 폭염으로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고 주요 공기업들이 경영 개선을 통해 여유자금을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자금잉여도 18조7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8조1000억 원 늘었다. 2013년 3분기(23조6000억 원)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세수(稅收) 확대로 정부가 벌어들인 돈은 많아진 반면 국고채 발행 축소 등으로 나간 돈은 줄면서 정부의 여윳돈이 크게 늘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