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후보자를 평가하는 데 있어 역량평가는 업적 성과 위주 평가보다 공정하고 정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역량평가는 평가용 모의 과제 개발, 평가 전문가 확보, 평가 운영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상황판단검사를 하는 것이 좀 더 간편하고 저렴하게 역량평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역량평가가 수십 쪽에 이르는 모의상황 과제를 활용하는 데 비해 상황판단검사는 해당 직무에서 있을 법한 상황을 한 문단 정도의 짧은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미국 찰스턴대와 조지아대, 테네시대의 경영학 및 심리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역량평가와 상황판단검사가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후보자의 역량 수준을 평가하는지,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량평가의 성과 예측 정도가 변화하는지 등을 실증적으로 탐구했다.
연구진은 우선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역량평가를 실시한 미국의 한 기업을 선정했다. 그리고 이 기업에서 근무하는 관리자 103명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 참여자들은 80문항으로 구성된 일반정신능력검사와 비디오로 만들어진 모의 상황을 보고 자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상황판단검사에 응했다.
연구 결과 상황판단검사가 역량평가를 대체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미래의 성과를 예측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역량평가제도는 높은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평가 대상자들의 장기적인 성과를 예측하는 데 효과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송찬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chanhoo@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