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글로벌 통신 칩셋 및 특허사용권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정상적 경쟁을 방해한 미국 정보기술(IT)업체 퀄컴에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공정위 발족 이후 최대 금액이다. 공정위는 퀄컴이 다른 칩셋 및 휴대전화 제조업체와의 거래에서 표준필수특허(SEP)에 대한 특허권을 무기로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 하는 시정명령도 세계 최초로 내렸다. 그동안 글로벌 통신시장을 교란한 퀄컴의 ‘특허권 갑질’에 철퇴를 내리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미국 인텔, 중국 화웨이 같은 국내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퀄컴과 대등한 조건에서 특허권 협상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휴대전화 생산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SEP를 보유한 퀄컴은 다른 칩셋 제조업체에는 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휴대전화 제조업체에는 일방적인 특허권 조건을 강제했다. 퀄컴이 특허 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SEP를 공정하고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특허권을 남용하면서 2008년 이후 세계 주요 11개 칩셋 제조업체 중 9곳이 도태됐다. 퀄컴이시장지배력을 무기로 휴대전화 제조업체에서 단말기 가격의 5%를 받는 특허권 사용료는 ‘퀄컴세(稅)’로 불리며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퀄컴에 지급해야 하는 특허권 사용료만도 연간 12억7300만 달러(약 1조5276억 원)에 이른다.
퀄컴은 바로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서울고법에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내겠다”고 반발했다. 공정위는 법정 다툼에서 밀리지 않도록 면밀한 법리 검토와 철저한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