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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별 일반高 평가… 강원 1위 김화고, 사교육이 필요없었다

입력 | 2016-12-29 03:00:00

김화고-창평고 1위 성공비결
교사들, 학생 장점 일일이 기록… 인문-과학 융합 독서토론




 《 “우리 학생들은 온전히 내가 책임진다.” 전국 1629개 일반계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동아일보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학교들의 비결이다. 강원지역 1위 김화고는 휴전선 접경 지역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교사들이 열정을 쏟았다. 전남 1위 창평고는 학생들을 제대로 공부시키려고 방과후활동과 동아리를 늘리면서 교육환경이 좋아졌다. 부산 1위 예문여고는 실력 있는 교사들을 학생과 학부모들이 신뢰하니 학교 평판이 높아졌다. 서울에선 숙명여고가 5년 연속 1위를 질주했다. 》


 

창평고 학생들이 기숙사 내부에 있는 자기주도적학습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학습실은 150명을 수용할 수 있고, 기숙사 내부에만 4개가 있다. 창평고 제공

아침저녁으로 북한의 대남방송이 들릴 정도로 휴전선에서 가깝다. 학생들은 농번기에 부모를 도와야 한다. 다닐 학원 하나 없는 지역에서 교사들은 모든 업무를 가르치는 데만 집중했다. 강원 철원군의 김화고등학교 이야기다.

 28일 동아일보와 입시정보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전국 1629개 일반계 고등학교의 학력수준, 교육환경, 학교평판을 종합 평가한 결과 김화고와 예문여고가 각각 강원과 부산 내에서 지난해보다 6계단 뛰어올라 1위를 기록했다. 김화고는 특히 강원도 내 학력 수준이 지난해 12위에서 올해 1위로 올랐다.

 김화고 외에도 올해 고교평가에서 17개 시도 중 9곳(53%)이 지난해보다 순위를 올려 새로 1위에 오른 학교였다. 교사들이 열정을 쏟아 학력 수준이 향상하면서 순위를 역전한 사례가 많았다.


○ 매시간 학생 활동 내용 메모

 

김화고 교사들은 늘 손에 ‘학생수행실록’ 수첩을 들고 다닌다. 전교생 236명. 다른 학교보다 매우 적지만 갑자기 학교생활기록부에 학생의 활동 내용을 쓰려면 막막하다. 학생들이 대학입시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하려면 충실한 학생부가 기본이다. 이에 학생수행실록을 만들어 담임교사는 물론이고 모든 과목 교사가 수업시간마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눈여겨보고 장점을 기록한다.

 교사들의 관심은 수시 면접 대비 때도 이어진다. 학생이 지원한 대학 특성에 맞는 면접 예상 질문지를 만들어 저녁에 학교에 남아 묻고 또 묻는다. 원성용 교장은 “시골 학교에서 학생 한 명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건 매우 어렵다”라며 “교사들이 힘들지만 열정을 쏟으니 학생들도 따라온다”라고 말했다.

 통학거리가 길진 않지만 40% 정도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학생들은 공부를 오로지 학교에 의존한다. 동아리를 3개 이상 가입하는데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주로 저녁에 교과학습 동아리 활동을 한다. ‘고전의 향기’(고전문학 심화학습), ‘매스홀릭’(수학 토론), ‘Superb’(영어 원서 학습) 등 동아리에서는 수업시간에 하기 어려운 공부를 교사와 함께한다.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낮 시간에 따로 묶어 지도한다.

 김화고는 올해 고교평가에서 △4년제 대학 진학률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향상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 향상도 등에서 만점을 받았다.


○ 사교육보다 학교가 낫다

 전남 1위인 창평고(담양군) 학생들도 사교육 없이 학교에서 공부한다. 인근 읍면 지역 중학생들이 입학하는데 95% 이상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집에 가는 건 한 달에 딱 두 번, 주말만이다. 가끔 과외나 학원을 가겠다는 학생이 있으면 설득한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게 성적 향상도가 높다는 믿음 때문이다.

 창평고의 종합 순위가 지난해(4위)보다 3계단 오른 데는 학력 수준(3위→2위)과 교육환경(10위→2위)이 모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수능 성적 향상도가 만점이고 3개년 수능 최상위권·중상위권 점수 모두 만점에 가깝다. 강대훈 교감은 “요즘 대입이 수시 중심이라 학업 역량과 기초학력을 키우는 걸 등한시하는 학교가 많다”라며 “정시가 전체 모집 정원의 30%이지만 학교에서 충실히 공부하면 정시로 가기 쉬워 틈새를 공략한다”라고 말했다.

 수시 대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인문·과학·예술 분야를 융합해 1년에 12시간씩 독서 토론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대표적이다. 토요일에도 논술, 영어 작문, 과학 실험 탐구, 난타, 탁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 덕분에 서울대 진학 실적이나 4년제 대학 진학률 모두 만점을 받았다.

 공부를 잘 가르치면 학교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진다. 부산 남구 예문여고는 학교 평판이 지난해 17위에서 올해 6위로 올랐다. 워낙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오는 학교라 내신 받기가 어렵다며 몇 년 전에는 평판이 좋지 못했다. 곽의숙 교감은 “진학 실적이 좋아 평판도 올라갔다”며 “학생들도 잘 가르치는 교사를 저절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예문여고는 교사들이 학생을 위한 수업과 동아리 활동에만 신경 쓰도록 행정 업무를 줄였다. 교무실은 질문하러 오는 학생들로 늘 북적거린다.

최예나 yena@donga.com·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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