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에게 12월과 1월은 시즌 내내 쉼 없이 달려왔던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12월에는 운동장 출입 자체가 금지된다. 1월에는 야구장엔 갈 수 있지만 코치, 트레이너와 함께 훈련하는 건 안 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모든 팀이 1월 중순쯤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다. 하지만 내년에는 비활동 기간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돼 2월 1일 이후에만 합동훈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비활동 기간이란 게 없는 중고교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은 새해가 밝자마자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심지어는 몇몇 초등학교 야구부도 1월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성인인 프로야구 선수들도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든 제도가 비활동 기간이다. 하지만 미래 한국 프로야구의 주인공인 어린 선수들은 잠시의 휴식도 없이 훈련과 경기에 내몰린다.
이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2013년 KBO는 8개 구단 41명의 신인 투수들에게 부상과 수술 경험 등에 대해 물었다. 조사 결과 어깨와 팔꿈치가 건강한 것으로 나타난 선수는 단 4명(9.8%)에 불과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조사 대상자들은 평균 1.8개월간 진행된 겨울 훈련에서 하루 평균 162.5개의 공을 던졌다. 추운 날씨에 무리하게 투구한 적이 있다는 선수도 49%나 됐다.
올해 전국 39개 고교 31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고교 투수의 83%가 비시즌에도 주 3회 이상 투구를 했다고 답했다. 연간 2개월 이상 휴식을 가진 선수의 비율은 단 7.6%에 불과했다. 미국 아마추어 야구 부상 방지 가이드인 피치 스마트는 연 4개월 이상의 휴식을 권고하고 있다.
결과는 심각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2006년 류현진(LA 다저스), 2007년 김광현(SK)을 마지막으로 대형 투수의 씨가 말랐다. ‘초고교급’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프로에 입단한 신인 투수들은 데뷔 전후로 수술대에 오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계약금 6억 원을 받고 입단한 윤형배(NC), 신생팀 kt에 우선 지명된 심재민과 홍성무 등이 대표적이다. 류현진도 고2 때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최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선발 투수들의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것도 새로운 피가 거의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LG는 평균자책점 4점대 투수 차우찬을 4년 95억 원에 데려오면서 “내구성을 높이 봤다”고 말했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3월 시작되는 고교야구 주말리그를 한 달만 뒤로 미루면 된다. 최근 열린 프로야구 윈터미팅에서도 아마야구 투수들의 겨울철 혹사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제안했다. 두산의 이복근 스카우트 팀장은 “투수들이 겨울에 공을 만지지 않고 체력훈련에 집중하면 부상 위험이 현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