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53기 결승 4국 6보(64∼72)
귀와 변에 빈 곳이 사라지고 큰 틀이 정해졌다. 이 즈음엔 형세 판단을 해 봐야 한다. 대략 집을 세어 봐도 흑이 10집 이상 많다. 게다가 흑에는 약한 돌도 없다. 고작 60여 수를 뒀을 뿐인데 흑이 스르륵 백을 밀어 버린 것이다. 이창호 9단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홍기표 4단의 행마가 느슨했던 탓도 있다.
백 64, 66으로 하변 흑 대마를 공격해 보지만 이 대마는 고슴도치처럼 단단해서 손을 잘못 댔다간 거꾸로 찔릴 수 있다. 흑 67이 이 9단의 넓은 안목을 보여 준다. 자체로 큰 끝내기이면서 하변 백을 압박하고, 좌하 백 귀의 뒷맛까지 노리고 있다.
흑으로선 이런 수가 정말 갑갑하다. 가진 건 소총밖에 없는데 철갑을 두른 전차가 밀려오는 듯한 형국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