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 매진 아이돌 공연 티켓, PC방서 빠른 손놀림으로 예매 성공보수 받고 넘겨주는 알바 성행… SNS-팬카페 등에 의뢰 글 줄이어 “암표보다 합리적” “편법 안돼” 갈려
아이돌 공연 티켓 예매 경력만 9년째인 이예인 씨(25·여)도 SNS에서 예매 의뢰를 받고 이날 오전 9시경부터 PC방을 찾았다. 이날 정오 티켓 판매가 시작된 지 1분여 만에 이 씨는 11만 원대 S석 티켓 한 장을 건졌다. 순간 동시 접속자만 최대 55만 명에 달해 2분 만에 2만2000석이 매진된 예매전쟁에서 거둔 승리였다. 이 씨는 의뢰인에게 티켓을 넘겨주고 성공 보수로 5만 원과 피자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을 받았다.
아이돌 팬덤 사이에 성행했던 대리예매 알바가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하늘의 별 따기’인 아이돌 공연 티켓 예매에서 단련된 번개손 실력을 해외 가수 공연은 물론이고 뮤지컬 공연, 유명 배우 팬미팅, 연휴 기차 승차권 예매에서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아이돌 팬 출신인 대리예매 알바들의 비결은 ‘피케팅(피가 튀는 티케팅)’에서 겪은 시행착오. 이 씨는 “예매 사이트마다 수십 번씩 예매해 본 경험 덕분에 예매 절차가 손에 익어 클릭이 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티켓 예매 때마다 예매 사이트 접속이 빠른 PC방을 수소문해 자리를 잡는 것은 기본이다. 예매 사이트에서 예매 단계를 수 페이지 뛰어넘을 수 있는 ‘직링(직접 링크)’이 알바 사이에 공유되기도 한다. 동시 접속자가 많아 예매 사이트 접속이 어려워도 직링을 이용하면 접속이 쉽다.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예매할 때 실패하면 뜨는 ‘이미 선택된 자리입니다’에서 따온 말)에 고배를 마셨던 사람들은 대리예매 알바에 대개 긍정적이었다. 유명 가수 공연 티켓 대리예매를 의뢰한 적이 있는 심지은 씨(22·여)는 “직접 예매하거나 암표를 사는 것보다 합리적이고 가수 팬들도 암표 거래를 줄일 수 있어서 바람직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반면 한 인디밴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인디밴드 공연까지 대리예매가 등장한 것을 보고 놀랐다. 현행법 위반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티켓 구매 방식은 아니므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암표와 대리예매 관행으로 공연 티켓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뛰자 일부 아이돌 공연에서 입장 시 얼굴인식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