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과 미래를 개척해나가야 하는 운명이기에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어쩌면 송화의 심정과 같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눈이 먼 상태에서 신체의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길을 느끼고, 가끔은 이리저리 헤매다 겨우 제대로 된 길을 찾아내던 그 모습.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네 인생은 유봉처럼 앞장서서 새끼줄로 이끌어주는 사람 없이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막다른 길로 내몰리기도 하고 험난한 곳에서 넘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나온 길을 거꾸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꾸라지고 비틀대고 헛디디는 한이 있더라도 새로운 길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그 과정에서 인생의 진리를 배우고 한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레프 톨스토이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사진)를 통해 우리에게 보다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언해준다. 인생의 마지막 2년을 남겨둔 대문호가 자신의 생을 회고하듯 쓴 주옥같은 글귀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가 얼마나 진지한 자세로 스스로를 완성된 인간으로 다듬으며 살아갔는지를 느낄 수 있다. 동시에 나 자신의 삶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 건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겠지.
김주원 발레리나·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