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토끼/카미유 가로쉬 지음/50쪽·1만3000원/정글짐북스
그림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한 해에도 컴퓨터로 작업한 책들이 무척 많았어요. 그런데 오늘 소개할 책은 수작업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채색한 그림을 자르고 오려서 겹겹이 붙인 다음 촬영하는 일을 반복해 완성한 작품이에요. 페이퍼 컷 아트와 실사 모형을 접목해 제작한 장면들은 평면 종이에 인쇄를 했는데도 입체감과 생동감이 넘칩니다. 눈송이가 날리는 부분은 컴퓨터로 후반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이네요.
눈은 휘둥그레,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장면 구석구석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동안 어느새 이야기가 마음으로 따뜻하게 스며듭니다. 글이 없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입니다.
작고 소중한 것에 귀 기울이려면 몸을 숙여야 하듯 책상 앞에 몸을 숙여 작업한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는 책이에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