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정유년 새해를 앞두고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기 위해 현충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아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남긴 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헌재는 1월 10일 3차 변론기일을 열고 재판이 진행 중인 최 씨,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 등 3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헌재는 “법원의 재판 일정을 확인해 보니 10일 구속 피고인 3명의 재판이 없는 것으로 돼 있다”라며 이날 최 씨 등의 증인 신문을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는 실질적인 첫 변론기일인 5일 사인(私人)의 광범위한 국정 농단으로 국민주권주의를 위반했는지, 박 대통령이 권한 남용을 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증인 신문에 나선다. 이날 오후 2시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에 관한 증인 신문에서 연설문과 각종 청와대 문건 유출에 관여 또는 묵인했는지 등을 물어 국민주권주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적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탄핵심판에서 증인 신문을 하기로 함에 따라 일단 형사소송 절차를 취했다. 그러나 헌재는 형사소송법 적용을 일보 후퇴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곳곳에서 피력했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57·14기)은 탄핵심판 절차가 형사재판이나 징계 절차와 다른 고유한 목적과 기능을 가진 헌법재판 절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법이 명문으로 탄핵심판에서 형소법을 준용하도록 옥죄고 있는 부분에 여지를 남긴 것이다.
특히 헌재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 심판 결정과 법원 판결이 달라질 수 있는 우려를 전하며 1심 판결 결과 이후에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헌재는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과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관세청, 세계일보 등 7곳에 대한 박 대통령 측의 사실 조회 신청을 채택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27일 탄핵심판 2차 준비기일에 사실 조회를 요구한 16곳 가운데 절반 이하만 수용한 셈이다. 이는 사실 조회를 하느라 시간을 불필요하게 허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마지막 준비기일에서 증인 신문 일정이 신속하게 잡히는 등 심리가 빨리 진행되자 박 대통령 측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검찰 수사 기록 검토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은 또 태블릿PC를 보관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사실 조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유감을 나타냈다. 여야 합의가 아니라 야당이 일방적으로 추천권을 갖는 특별검사는 정치적 중립성이 없다며 헌재가 독자적으로 실체를 규명해 달라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