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발생지 ‘휴업보상제’ 고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피해가 확산되자 정부가 겨울철에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사육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하지만 강제 사육 금지를 둘러싼 법적 다툼 가능성이 있고, 보상 예산 책정의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AI가 반복 발생하는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라 ‘가금류 휴업 보상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휴업 보상제는 AI가 주로 발생하는 겨울철에 닭·오리 등의 사육을 금지하는 대신 농가에 휴업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기간 닭·오리 고기 수요는 가을부터 냉동 저장하는 고기로 충당한다.
이는 올해 AI 피해가 최악으로 치달은 데에 따른 것이다. 권혁준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긴급 상황에서는 휴업 보상제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강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도 “도살 처분 보상금보다 휴업 보상금을 지불하는 게 경제적일 수 있다”라며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제 사육 금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의 가능성이 있고, 가금류 농가의 1년 단위 입식(닭·오리 새끼를 외부에서 들여와 기르는 것)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반박도 있다. 홍경표 진천오리협회장은 “소비자들이 신선한 고기를 선호해 가을철 보관한 냉동육을 판매하려는 농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휴업 보상제는 육계·육오리 위주로 논의돼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산란계(알 낳는 닭)와 달걀에 대한 대책은 빠져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도살 처분된 닭·오리는 2883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경기 포천시의 한 가정집에서 폐사한 채로 발견된 고양이 2마리는 H5N6형 고병원성 AI에 걸린 것으로 지난해 12월 31일 최종 확인됐다. 보건 당국은 인체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지만 만약을 대비해 폐사한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당국은 고양이 주인 등 사체 접촉자 등 12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했으며 10일간 증상 발생 여부를 지켜보기로 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