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수석실서 수시전달 단서 확보
○ 증거 안 남기려 전화로 지시
문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교문수석실은 정부 예산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할 단체와 인사 명단을 문체부에 수시로 전화로 전달했다. 청와대가 명단을 문서로 만들어 내려보냈다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흔적이 남지 않는 구두 지시를 했다는 이야기다.
○ “조윤선, 블랙리스트 알았다”
리스트 작성 과정의 전모를 확인한 특검은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었던 조 장관이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조 장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에 출석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적도, 작성을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은 조 장관이 정무수석일 때 수차례에 걸쳐 정무수석실이 예산 지원 배제 대상 명단을 교문수석실을 통해 문체부에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조 장관이 문체부가 작성한 문건 형태의 블랙리스트를 직접 보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몰랐다”는 발언은 위증이라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적어도 정무수석실이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교문수석실을 거쳐 문체부에 전달돼 어떤 식으로 활용됐는지 조 장관이 알 수밖에 없었다는 게 특검의 생각이다.
특검의 위증 고발 요청 소식을 전해 들은 조 장관은 1일 문체부 간부에게 “블랙리스트는 모른다. 특검에서 사실관계를 밝혀 줄 것이다”라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특검, 오늘 송광용 전 교문수석 소환
특검은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정 전 문체부 차관, 김상률 모철민 전 교문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용호성 주영국 한국문화원장,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낙중 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 한국문화원장을 차례로 소환 조사했다. 피의자 신분인 김낙중 원장은 블랙리스트 작성 논의가 물밑에서 이뤄질 시기에 정무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특검은 또 문체부 예술정책과에 근무한 A 서기관 등 실무진도 소환해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를 조사했다. A 서기관은 실무 차원에서 리스트를 직접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2일 송광용 전 교문수석을 소환 조사한다. 또 조만간 송수근 신임 문체부 차관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 차관은 문체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내며 예산 집행을 담당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에도 개입했을 것이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하지만 송 차관은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송 차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블랙리스트 관련 정보를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건에서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이 다수 등장하는 점을 감안해 전화 통화 정보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람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트레이서 추적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통화 빈도와 통화 시간의 유사성, 통화 연결 대상 우선순위 등을 분석해 인맥 지도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불거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에서도 활용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 다수가 “최 씨를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인물들의 전화 정보를 이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면 해당 인물과 최 씨의 관계를 드러내는 새로운 정보가 나올 것으로 특검은 기대하고 있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