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미흡한 연금체계… 저성장 함정에 빠진 한국경제 올해 최대 현안은 저성장 탈출… 새 정부에 우리의 미래 달려있어 내수부양과 부채 위주 정책보다는 수출중심 성장전략 필요 대선의 해, 정치논쟁에 휘말리지 말고 트럼프정권과의 통상마찰 줄여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활발한 성장 담론을 통해 올바른 성장 전략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올바른 성장 전략으로 성장률을 높일 경우 일자리가 늘어나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으며, 세수 증가로 복지 지출이 늘어나 양극화도 완화시킬 수 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대선 주자들도 저성장 탈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민성장, 동반성장, 공정성장 등 다양한 성장 담론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성장 전략을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선진국과 다른, 한국 경제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다. 한국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내수시장이 작아 소득이 수출에 의해 창출된다. 여기에 연금과 복지 체계도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아 노후 소득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선진국은 고성장 시기에 이미 복지와 연금 체계를 구축해 노후 소득이 준비되어 있어 성장률이 낮아져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새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새 정부가 어떠한 성장 전략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한국 경제의 미래가 결정된다. 성장 담론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내수를 부양하는 부채 위주의 성장에는 신중해야 한다. 내수는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소득은 수출에 의해 만들어지는 한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출을 통해 소득을 창출한 후 내수를 부양해 일자리를 늘리는 선(先)수출 후(後)내수부양 성장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정치적 논쟁에 매몰되어 경제를 등한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탄핵 정국과 대선이 맞물리면서 모든 관심이 정치에만 쏠려 있다. 새해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차례 이상 금리를 높이면서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 우려되지만 정작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경제에 대한 관심이 낮아질수록 정책당국은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 실패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이슈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면서 대응책 마련에 실패해 위기를 겪었다.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도록 경제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대외 경제 여건의 변화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과는 다른 경제정책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그동안 제조업 제품을 수입하고 비교 우위가 있는 금융과 서비스업을 수출하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자 트럼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조업에 대한 보호무역을 강화하려고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전자제품과 자동차 같은 제조업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 우려된다. 수출이 감소하면서 추가적인 성장률 하락이 예상되는 것이다. 정책당국은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대미 수입을 늘리는 전략적 무역정책을 사용해서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줄일 필요가 있다.
새해 우리 경제는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 있다. 세계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주력 산업의 중국 이전으로 제조업의 공동화와 실업 대란이 우려된다. 탄핵 정국과 대선으로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하다. 강력한 리더십과 정책당국의 올바른 정책 선택이 절실하다. 노동계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우선적으로 협력한 후 임금 인상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기업 또한 저임금보다는 기술력을 높여서 경쟁력을 제고하도록 해야 한다. 새해 경제 여건이 어려워도 정부와 노동계 그리고 기업이 합심해서 상호 협력하면 우리는 지금의 저성장과 양극화의 함정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