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백년을 살아보니’를 펴낸 원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했다. “97년을 살아보니 더불어 살았던 때가 행복했던 것 같다. 내가 남겨준 것이 쌓여서 역사가 되더라. 다른 사람의 짐을 내가 대신 져준 기억이 행복하게 오래 남더라. 젊은이의 고민을 대신해 주고, 기독교의 고민, 정치가의 고민을 내가 대신 생각해 보았을 때 같은 경우다.”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와 ‘남의 짐을 대신 져줄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을 새해 목표로 정했다. 서로 상충되는 가치처럼 보이지만 건강한 몸을 위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하듯이 건강한 마음을 위해서는 과부족 없이 둘의 균형감을 유지하는 게 관건일 터다. 어느 쪽이 참인지 아리송했던 ‘아는 것이 힘이다’와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모순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처럼. 스스로를 확신하지 못해 남의 판단에 휘둘린 리더, 사리사욕을 챙기는 데 눈멀었던 이기적 엘리트 때문에 뒤숭숭한 마음으로 2016년과 작별했다. 그러나 이들의 추락은 건전한 정신, 바른 인성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