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AI 쉽게 걸리나
서울 마포구에 사는 회사원 이모 씨(38)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걱정에 출근 후에도 마음이 찜찜하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만지며 노는 걸 자주 봤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이 고양이들이 길고양이와 어울리다가 조류인플루엔자(AI)에 걸려 아이에게 옮기면 어떡하냐”고 걱정했다.
최근 경기 포천시에서 고양이 2마리가 고병원성 AI H5N6형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반려동물의 AI 감염이나, 반려동물을 통한 인체 감염을 우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나 유기견이 AI 감염의 매개체가 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도 확산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대다수 반려동물은 AI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가정집에서 키우는 개, 고양이는 AI에 걸린 조류와 접촉할 가능성 자체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 고양이는 물론이고 사람도 AI에 걸린 조류와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AI 발생지나 그 주변에선 반려동물의 외출을 삼가고, 집 밖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은 목줄을 채워 조류와 접촉하는 것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AI가 개, 고양이 등을 거쳐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크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한 수의사가 AI에 감염된 고양이를 접촉했다가 AI에 걸렸다. 다행히 가벼운 증상만 보인 뒤 회복됐지만 고양이를 통한 첫 AI 인체 감염 사례라 불안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인체 감염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 수의사가 감염된 AI는 H7N2형으로 국내 유행 중인 AI(H5N6형)와 유전자형이 다르며, 지금까지 H5N6형 AI가 포유류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홍 과장은 “고양이를 감염시킨 AI 바이러스가 다른 고양이나 더 나아가 사람을 감염시키려면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야 한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국내에서 고양이 2마리가 H5N6형 AI에 걸려 폐사한 만큼 포유류 전체가 AI에 노출됐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구 한양대 의대 교수(병리학)는 “바이러스가 고양이 등 다른 포유류를 숙주로 삼아 사람에게 얼마든지 옮아갈 수 있다. 과거 사례가 없다고 인체 감염이 안 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역 당국은 2일 “길고양이, 유기견을 포획해 도살 처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