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싱크탱크 민주硏이 만들어 일부 친문 인사 등에게 전달 ‘개헌매개 제3지대는 야합’ 등 담겨… 비문 “개헌논의 무력화 의도” 반발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사실상 저지하기 위한 방어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당내의 일부 친문(친문재인) 인사 등에게 전달한 사실이 2일 확인됐다. 민주연구원장은 친문 진영의 김용익 전 의원이 맡고 있다. 문 전 대표는 현행 5년 단임제로 대선을 치르자는 입장이며, 개헌을 한다면 대선 후에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개헌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 & 더불어민주당의 선택’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개헌특위에) 4년 중임제에 긍정적이거나 비슷한 입장을 가진 의원을 다수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적극적 개헌론자나 이원집정부제 주장자의 특위 참여를 소폭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개헌특위(여야 36명) 위원으로 소속 의원 14명을 임명했다.
보고서에는 또 “현실적으로 대선 후 개헌을 약속한다 해도 대선 뒤의 경제 위기나 각종 현안으로 개헌 추진이 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가 촛불 민심에 반하는 야합임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란 내용도 들어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작성된 이 보고서는 개헌이 주요 내용이지만 민주당 개헌특위 위원들과 당 전략기획위원장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 비문 진영의 한 의원은 “당의 공식 기구가 편향적인 보고서를 만든 것도 모자라 친문 인사들에게만 전달한 것은 개헌 논의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반발했다.
길진균 leon@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