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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중견 선사와 ‘토종 해운동맹’ 결성

입력 | 2017-01-04 03:00:00

흥아해운-장금상선과 컨소시엄




 현대상선이 국내 중견 선사인 흥아해운, 장금상선과 손잡고 아시아 역내에서 협력 체제를 결성했다. 대형 외국 선사에 맞서기 위해 국적선사끼리 힘을 합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원양정기선사인 현대상선(HMM)과 근해선사인 흥아해운 및 장금상선은 3일 ‘HMM+K2 컨소시엄’을 결성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HMM+K2 컨소시엄은 다음 달에 본계약을 맺고 3월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협력 구간은 중국과 일본, 동·서·남아시아 전체를 포괄하며 계약기간은 2년이다.

 국내에서 원양선사와 근해선사가 전략적 협력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이번에 협력하는 3사와 고려해운이 모여 가칭 ‘미니 얼라이언스’라는 이름으로 협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 데다 협력 범위도 공동 운항 정도에 그쳤다.

 반면 이번 협력 체제는 공동 운항은 물론이고 선박 공유와 선복(적재공간) 교환, 항만인프라 공동 투자까지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내용의 계약이다. 이상식 현대상선 컨테이너기획본부장(상무)은 “덴마크 머스크 등 외국 대형선사들은 근해선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독립된 원양선사와 근해선사가 이런 식으로 협력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세 선사가 협력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외국 선사와의 ‘덩치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국적선사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생각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회사지만 한 몸처럼 움직여 덩치를 키우는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이번 협력으로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가진 한중, 한일 항로 등 역내 지선망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더욱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현대상선은 동남아 지역에 9개의 노선(서비스)을 운영하는데 흥아와 장금이 이 지역에서 운영하는 42개의 노선을 활용하면 화주가 원하는 항구까지 짐을 더 빠르게 운반할 수 있다. 다만 현대상선은 앞서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과 협력하기로 했기 때문에 2M 노선과 겹치는 부분은 이번 협력 대상에서 제외했다.

 두 근해선사는 취약했던 ‘제3국 간 항로’를 개척하는 데 현대상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물동량은 포화 상태여서 근해선사들은 중국·일본∼동남아, 태국·베트남∼남아시아 등 한국이 끼어 있지 않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필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상선의 대형선박을 활용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고 공동 대응 과정에서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한편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하기로 했던 SM그룹 계열사 대한해운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요 주주들이 인수를 반대해 미주노선 인수를 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SM그룹이 조만간 ‘SM상선’을 새로 출범시킬 계획이어서 미주노선 인수는 그 주체가 SM상선으로 바뀔 뿐 그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해운 측은 “일부 지분 투자를 통해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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