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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의 2016~2017시즌은 여자프로배구의 미래다. GS칼텍스의 홈 코트 장충체육관은 ‘한국적 풍토에서 여자배구가 산업으로써 자생력을 지닐 수 있느냐’를 판단할 거대한 실험장이다. 여자프로배구는 2017~2018시즌부터 남자부와 분리 개최가 된다. 그 선제적 조치로 GS칼텍스는 올 시즌부터 남자부 우리카드와 별개로 장충 홈경기를 개최하고 있다. 시즌이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GS칼텍스는 ‘홀로서기’를 어떻게 자평할까.
사진제공|GS칼텍스 여자배구단 페이스북
● 미션 1 : ‘진짜 여자배구 팬’을 만든다.
여자배구는 평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주말은 남자부(오후 2시) 다음 시간대로 밀린다. 마케팅에 아주 불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GS칼텍스의 홈 평균 관중수는 1600명 선이다. 남자부 우리카드와 같이 열렸던 직전시즌 대비 숫자가 줄지 않았다. 전석 유료인 테이블석(58석)은 가장 먼저 팔린다. 이재호 마케팅팀장은 “GS칼텍스는 시즌티켓이 아니라 멤버십(회원권)을 판매한다. 지금까지 700명 이상이 가입했다. 고객의 인적사항이 프로그램에 기입된다. 자료가 쌓이면 여자배구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뱅크’인 셈이다. 여자배구의 흥행 잠재력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드러난다. 이 팀장은 “GS칼텍스의 페이스북 친구 숫자는 여자배구 1위다. 남자부를 통틀어도 현대캐피탈 다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숫자는 시간의 제약으로 배구장에 오지 못하는 여자배구의 잠재적 팬 층을 나타낸다.
사진제공|GS칼텍스 여자배구단 페이스북
● 미션 2 : 승리 이외의 가치를 만든다.
GS칼텍스는 3일까지 V리그 여자부 6팀 중 5위(6승11패 승점17)다.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음에도, 남자부에 의존하지 않는 단독 개최로 관중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GS칼텍스의 장충체육관은 승패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배구장의 열기에 팬들이 동참할 수 있는 공간이기를 원한다”고 이 팀장은 말했다. 수동적 ‘관중’이 아니라 적극적 ‘팬’을 지향한다. ‘수익’이 아니라 ‘즐거움’을 남기고 싶어 한다. 이제 자립의 걸음마를 떼는 여자배구는 어떻게 충성도 높은 팬을 확보할지를 고민할 시간이다. 오직 그 길만이 여자프로배구의 영속성을 담보할 터다. GS칼텍스가 추구하는 길은 우승보다 더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