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김기태표 체력테스트’를 새해에도 볼 수 있을까. 2015년 부임 이후 매년 체력테스트를 통해 선수들의 스프링캠프 합류 여부를 결정했던 김 감독이었기에 올해 역시 강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체력테스트는 ‘감독 김기태’의 야구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선수는 스타플레이어나 주축 선수라도 과감히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지휘봉을 잡은 2012년부터 매년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수단으로 자리해왔다.
이제 일반적인 단체훈련을 금지하는 ‘비활동기간(12월과 1월)’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등 프로답게 각자 알아서 몸을 만드는 시대다. 김 감독은 ‘초보사령탑’이던 2012년부터 철저하게 이를 지켰다. 그러나 그는 자유를 준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도록 했다. 제 아무리 주전 선수라도 과감히 쳐냈다.
LG 사령탑 시절 우규민(현 삼성)과 유원상, 이동현 등 주축 투수들을 캠프 명단에서 탈락시켰다. 경남 진주로 내려 보내 절치부심하게 만든 뒤, 재차 테스트를 시행해 기준치를 넘어섰을 때 캠프로 부르곤 했다.
KIA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부임 첫 해였던 2015시즌, 주축 투수인 김진우가 4㎞ 장거리 달리기를 중도에 포기하면서 ‘본보기’가 됐다. 김진우는 기준치를 넘어선 뒤에도 2군 캠프로 향해야 했고, 1군에 올라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비활동기간을 관통하는 ‘자율’과 ‘책임’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게 ‘김기태표 체력테스트’다. 탈락한 선수들로 인해 나머지 선수들은 각성 효과를 얻게 된다. 흔히 김 감독에게 ‘형님 리더십’이란 수식어를 붙이지만, 팀에서 세운 원칙을 어긴 선수들에 대해선 무섭도록 냉정한 게 그의 야구다.
올해는 아직 체력테스트에 대한 기약이 없다. 비활동기간을 엄격히 지키자는 의미로 스프링캠프 시작을 2월1일로 미루면서 선수단 소집도 늦춰졌다. 각자 해외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선수들도 많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체력테스트 취소’를 선언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각자 캠프를 대비한 체력훈련에 매진해야만 한다.
사실 김 감독은 LG 사령탑 부임 3년차였던 2014년 초, 캠프를 떠나기 전 체력테스트를 취소한 적이 있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몸을 만드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판단에서였다. 올해는 KIA와의 3년 계약 마지막 해다. 이번에도 캠프 전 선수들에게 ‘OK 사인’을 보낼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