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상 과목 제대로 안 가르쳐”… 사립 초중교 해외진학 과정 제한 시진핑 ‘교육 주권’ 강조 영향인듯… 중산층 학부모 “국제화 역행” 반발
중국 상하이(上海)에 사는 우둥메이 씨는 요즘 사립중학교의 ‘해외 진학 프로그램’을 통해 유학을 준비 중인 중3 아들 문제로 고민이 많다. 중국 정부가 유명 사립 초중학교들이 운영 중인 해외 진학 프로그램에 대해 강한 규제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상하이 교육당국은 사립 초중교 해외 진학 프로그램 규제 방안을 일부 공개하며 이 학교들이 마르크스주의와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정치사상’ 관련 필수 과목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공립학교에 비해 자유롭던 사립 초중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 씨처럼 자녀를 해외 고교와 대학에 보내려는 중국 학부모들은 △영어 수업 △자유로운 토론 △다양한 과목 같은 사립 초중교 해외 진학 프로그램의 장점이 사라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우 씨는 “중국의 교육 시스템은 공장의 조립라인처럼 획일적으로 운영된다”며 “해외 진학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로 교육과정에 변화가 생기면 자녀를 곧바로 유학 보내려는 학부모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설립 허가 신청을 낸 사립학교 중 해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판단되면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또한 사립학교들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금지하기로 했다. 전반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수준도 높이고, 특히 국가사상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철저하게 감시할 방침이다.
이런 사립학교 규제 정책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강조해 온 ‘교육 주권’과 관련이 있다. 시 주석 취임 이후 중국은 마르크스주의 교육 강화와 서구사상 관련 교육 축소 기조를 보여 왔다. 초중고교 교육보다 자율성이 보장되는 대학에서도 마르크스주의 관련 과목을 늘리고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정부의 사립학교 규제와 국가사상 교육 강조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버드대 글로벌교육혁신계획 연구팀에서 활동하는 장쉐친 연구원은 “중국은 교육을 통해 국민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엘리트들이 서구화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산층 이상 국민들은 자녀들이 서구의 수준 높은 교육을 받기를 원하고 정부의 과도한 교육 개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