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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환-정태수 등 36명 서훈 취소

입력 | 2017-01-04 03:00:00

3년이상 징역형땐 취소 규정에도 27년간 유지하는 등 문제점 커
감사원 지적에 2016년 12월 뒤늦게 조치… 朴대통령 ‘무궁화대훈장’도 논란일듯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 씨에게 수여됐던 국가 훈장이 취소됐다. 1989년 징역형이 확정돼 서훈(敍勳) 자격을 상실한 지 27년 만이다. 법에는 일정 기간 이상의 징역·금고형을 받으면 기존의 서훈을 취소하도록 돼 있지만 그동안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전 씨와 같은 인물이 30년 가까이 훈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 뒤늦은 ‘무더기’ 서훈 취소

 3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36명에 대한 서훈을 한꺼번에 취소했다. 상훈법에 따르면 훈포장을 받은 인물에게 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형이 확정되면 소관 부처가 서훈 취소를 요청하고 국무회의 의결로 취소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적인 행위로 치부돼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방치되다 지난해 상반기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뒤늦게 대대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번 서훈 취소 명단에는 전 씨 외에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배우인 강신성일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 정·재계 유명 인사들이 포함됐다.

 훈장의 부적격 보유 기간이 가장 긴 인물은 전 씨다. 그는 1987년 ‘새마을훈장자립장’을 받은 지 불과 2년 뒤 횡령으로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2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체납한 채 해외 도피 중인 정 전 회장도 1991년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지만 1982년 받은 ‘금탑산업훈장’을 비롯한 훈장 3개를 25년간 보유하고 있었다. 강 전 의원과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도 징역형 확정 후 10년 넘게 서훈을 유지했다.

 정영준 행정자치부 상훈담당관은 “올해부터 매년 모든 수훈자에 대한 범죄사실 전수조회를 통해 부적격한 훈장 보유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훈이 취소되면 소관 부처가 공문을 보내 정장(正章)과 부장(副章), 약장(略章) 등 ‘실물 훈장’을 환수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때 환수되지 않더라도 서훈 자격을 상실한 훈장은 ‘쇳덩이’에 불과하다.

○ 탄핵 시 무궁화대훈장 환수될까

 이번 조치로 대통령 내외나 우방국 원수만 받을 수 있는 최고격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취임 직후 무궁화대훈장을 받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퇴임 직전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시기를 앞당겨 취임 이틀 뒤인 2013년 2월 27일 받았다.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 박 대통령이 받은 무궁화대훈장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법에는 대통령 탄핵 시 서훈 취소 여부에 대한 규정이 없다. 다만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전례를 보면 이 서훈은 유지될 확률이 높다. 이들은 12·12쿠데타 사건 및 5·18민주화운동 진압으로 형을 받은 점 때문에 2006년 국무회의 의결로 각각 9개, 11개의 훈장이 취소됐다. 하지만 무궁화대훈장은 “취소할 경우 대통령 재임 사실 자체가 부정된다”는 이유로 유지됐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