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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 교육비 쓰는 ‘에듀푸어’ 60만 가구

입력 | 2017-01-04 03:00:00

[2017 새해특집/외환위기 20년, 기회의 문 넓히자/2017 연중기획]
교육비 지출 부모의 10% ‘가계 적자’… 고학력일수록 자녀 교육 기대 높아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 씨(42·여)는 두 자녀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5년째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하고 있다.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뒀지만 첫째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의 월수입은 200여만 원. 고교 1학년, 초교 5학년 자녀에게 드는 사교육비에 80만 원가량을 쓰고 나머지는 저축하고 있다. 김 씨는 “첫째가 대학에 입학하고 둘째가 고등학생이 되면 부담이 더 커질 것 같아 여윳돈을 쓰지 않고 모아둔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자녀 교육비에 쓰려고 취업 전선에 나서는 주부가 적지 않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 캐셔 중 상당수가 자녀 학원비를 벌려고 재취업한 중년 여성들이다”라고 소개했다. 취업이라도 하면 그나마 낫다. 교육비를 대느라 빚을 내다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에듀푸어(edupoor·교육 빈곤층)’도 상당수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에듀푸어(도시에 거주하는 2인 이상 가구 중 빚이 있고 적자 상태인데도 평균 이상 교육비를 지출하는 가구)는 60만6000가구로 추정됐다. 이는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614만6000가구의 9.9%에 해당한다. 약 222만9000명이 에듀푸어 가구에 속해 있다는 뜻이다.

 이들 에듀퓨어 가구의 수입은 전체 가구 평균보다 28% 적었지만 교육비로 85% 이상 더 투자했다. 월 361만8000원을 벌어 소득의 26%인 94만6000원을 교육비로 썼고, 이로 인해 월평균 65만9000원의 적자를 냈다.

 에듀푸어 가구주는 대졸 이상이 57.5%(34만9000가구)로 가장 많았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부모일수록 자녀 교육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교육 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소득수준별로 교육 빈곤층이 지출하는 월평균 교육비는 크게는 3배 가까이로 차이가 났다. 고소득층은 월평균 148만1000원을 자녀 교육에 썼고, 중산층은 102만3000원을 썼다. 저소득층은 57만7000원을 교육에 지출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동아일보-KDI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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