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개헌 저지 문건’ 파문]민주硏 보고서에 개헌파 격앙
바빠진 대선 주자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위쪽 사진)가 3일 서울 성북구 장위시장을 찾아 한 시민과 포옹하고 있다.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아래쪽 사진 앞줄 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아래쪽 사진 오른쪽)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7 국민 생생 대한민국을 향한 민생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 박 시장 사이는 민주당 우원식 의원.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뉴시스
○ 연구원 해명에도 개헌파 격앙
문제의 보고서가 문재인 전 대표 측에 편향됐다는 지적에 대해 연구원은 “특정 후보의 유불리 입장에서 쓴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문제에 지도부가 참고할 수 있는 자료와 배경 등을 모아서 드리는 게 좋겠다고 해서 작성했다”며 “지도부용 보고서로 만들어 당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5명의 대선 후보 측에 지난해 12월 30일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문 전 대표 측에는 인편으로, 나머지 대선 주자에게는 e메일로 전달됐다고 했다. 보고서에 개헌의 특정 방향을 적시한 것은 “스탠스(태도)를 제안하는 글이라 다소 방향성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명을 내놨다.
박 시장과 안 지사 측은 “파악해 보니 e메일로 보고서가 와 있지만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대선 주자 측 관계자는 “2일 밤부터 일부 친문 인사들이 ‘보고서가 있는데 보내줘도 되겠느냐’고 타진해 왔다”며 “김 원장의 해명과 달리 당 지도부 외에도 보고서를 본 사람이 있다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 秋 “유감”에도 반발 지속
이날 40여 명의 의원이 이 문제를 비판하는 성명에 참여했다. 김성수, 박용진 의원 등 초선 의원 20명은 성명을 내고 “특정인을 당의 후보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추 대표에게 진상 조사와 함께 관련자 문책,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의 친문 성향과 당내 패권주의를 겨냥한 성명도 나왔다. 강창일, 노웅래, 이종걸 의원 등 중진을 포함한 의원 30명은 성명을 내고 “이번 파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투쟁에 가려졌던 당의 문제점이 다시 드러난 것”이라며 “당 지도부부터 특정인 대세론을 공고히 하려는 자세는 없었는지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도 “특정 후보 편향은 당의 단결과 통합을 해치는 해당행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친문 진영은 이날 침묵을 지켰다. 한 친문 의원은 “다른 후보 진영에서 문제 삼을 수밖에 없는 행동을 왜 연구원이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파문이 당내 전면전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자 추 대표는 일부 초선 의원과의 면담 자리에서 “(보고서를 보고) 나도 놀랐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 추 대표는 “당 지도부는 작성을 지시한 적이 없고, 보도가 나온 뒤에 문건 내용을 알게 됐다”며 “자기들(친문)끼리 돌려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됐으나 당의 단합과 신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