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3일 화요일 맑음. 형의 LP 컬렉션. #234 Chick Corea ‘Return to Forever’(1972년)
칙 코리아의 ‘Return to Forever’. 씨앤엘뮤직 제공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과자박스 8개가 집으로 배달된 것이다. 작은형이 평생 모은 LP 컬렉션이다. “난 이제 잘 듣지도 않거니와 이사를 한 통에 둘 공간 역시 마땅찮아서”가 형이 밝힌 양도 이유다. 내게 처음 음악의 세계를 알려준 그 사람은 이렇게 덧붙인다. “이제부터 니 거니까 조금씩 선물하거나 팔아도 돼. 부담 없이 받아.”
테이프 접합부를 정성스레 칼로 잘라 박스를 개봉한다. 보물 상자를 여는 듯 마음이 두근거린다. 거기 든 레코드 중 절반은 나와 근 20년 만에 재회한다. 우리 가족이 모두 같은 집에 살던 시절, TV 아래 수납장에 과묵하게 기거하던 바로 그 레코드들. 한 장 한 장 손에 다시 집을 때마다 명치가 따끔거린다. 설렘, 그리움, 반가움, 슬픔 따위가 뒤섞여 일어난 괴상한 화학반응 탓이다. 비틀스, 레드 제플린, 딥 퍼플, 핑크 플로이드를 태어나서 처음 만나게 해준 나니아의 옷장들. 대개 성음, 오아시스, 지구레코드의 라벨이 붙은 라이선스 음반들이다.
새해를 맞은 건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부자가 된 채였다. 첫날 아침, 이제는 나의 것이 된 형의 LP 컬렉션에서 칙 코리아의 ‘Return to Forever’를 빼들었다.
표지를 뒤집어본다. ‘필립스와 기술제휴-성음’ ‘공윤위 심의번호…’. 뒤표지의 절반은 해설에 할애됐다. ‘…퓨젼-재즈… 리턴 투 훠에버의 첫 작품집….’
판을 턴테이블에 올린다. 일렉트릭 피아노와 허밍의 반복악절이 램프의 요정처럼 풀려나와 하늘색 융단의 최면을 거실에 펼친다. 드럼과 베이스기타의 물결 위를 낮게 비행하는 플루트 선율을 타고 난 20초 만에 20년만큼 이동했다. ‘우린 언젠가 영원으로 돌아가겠지. 바로 지금 같은 속도로.’ 스치는 별이 말해줬다.
‘…오, 저녁 바람, 그건 따뜻한 금빛이었지/모든 게 모여 삶이 펼쳐지기 시작했었어.’(‘Sometime Ago’ 중)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