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 전력 보강을 위해 돈 보따리를 가장 화끈하게 푼 구단은 전북이다. 특히 2016시즌을 앞두고는 장신 공격수 김신욱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험자 김보경, 브라질 월드컵 대표였던 김창수 등 국가대표 선수를 대거 영입하면서 부자 구단다운 씀씀이를 자랑했다. 전북은 K리그에서 선수 평균 연봉(3억9530만 원)이 유일하게 3억 원을 넘는 구단이다. 연봉 총액이 100억 원을 넘는 곳도 전북(146억2617만 원)뿐이다.
이 같은 부자 구단 이미지 때문에 전북이 모기업의 돈을 편하게 끌어다 쓰는 줄 알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전북은 K리그에서 ‘선수 장사’를 잘 하는 대표적인 구단으로 꼽힌다. 비싼 값(이적료)에 선수를 팔고, 이렇게 번 돈으로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한다.
전북은 지난해 김기희를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에 내주면서 이적료 74억 원을 챙겼다. 전북은 이 돈을 선수 영입 자금으로 돌려 김신욱, 이종호, 로페즈 등을 데려오는 데 썼다. 이들을 영입하면서 지출한 이적료는 40억 원 정도다. 이적료만 놓고 보면 30억 원 넘게 남긴 셈이다. 김보경과 김창수 등 나머지 선수들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어서 이적료 없이 계약금과 연봉만으로 데려왔다. 2015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전북은 선수 이적료로 70억 원을 벌었고 영입 과정에서 지출한 이적료는 4억 원밖에 안 된다. 이렇게 이적료에서 남긴 차액을 FA 영입에 쏟아붓는 식이다.
레오나르도도 전북을 떠난다. 브라질 출신 레오나르도는 지난해 전북이 10년 만에 ACL 정상에 오르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공격수다. ACL 무대를 통해 레오나르도의 정상급 기량을 확인한 아랍에미리트의 알자지라가 레오나르도를 영입하기로 했다. 공식 발표만 남겨 놓고 있다. 전북으로서는 일종의 ACL 우승 후유증을 겪는 셈이다. 그런데 전북이 특히 아쉬운 건 레오나르도와의 계약기간이 올 7월까지라는 것이다. 남아 있는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이어서 레오나르도의 이적료로 많은 돈을 요구하기가 어렵다. 레오나르도의 이적료는 20억 원 선에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나르도 수준의 공격수를 이적료 20억 원에 영입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다 전북은 김형일이 떠난 자리를 메울 수비수도 데려와야 한다. 이 때문에 전북은 가능하면 이적료 부담이 없는 FA 중에서 공격수를 영입하려고 중동 리그를 물색 중이다. 이번에도 전북이 남는 장사를 하면서 전력도 보강하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