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월드컵 1차 6위, 2차 7위 올라… 소치대회선 연습 제대로 못해 25위 경기력 안정되며 평창 기대감 높여
봅슬레이 2인승 국가대표 김동현(오른쪽)과 전정린. 평창=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김동현은 이번 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1, 2차 대회에서 브레이크맨 전정린(28·강원도청)과 짝을 이뤄 각각 6, 7위에 오르며 이 종목 간판인 원윤종(32·강원도청)-서영우(26·경기BS연맹) 말고도 한국에 세계적 수준의 2인승 팀이 있음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있다.
빛은 늦게 봤지만 사실 김동현은 현재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수 중 최고 경력을 지닌 최고참이다. 밴쿠버 올림픽 당시 막내였던 김동현은 선배들이 차례로 은퇴하면서 팀이 해체되자 직접 팀원들을 구하러 나섰다.
선배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전정린은 꿈쩍하지 않았다. “동현이 형의 올림픽 출전 모습도 못 봤어요. 새벽 시간이었잖아요(웃음). 그때까진 정말 생각도 없었죠.” 제대 후에도 한동안 임용고사를 준비하려던 전정린은 결국 마음을 돌려 2012년 5월 대표 선발전에 합격했다.
잔디밭에서 축구공을 차던 선후배는 이제 얼음 트랙 위에서 함께 썰매를 밀고 있다. 단 한 시즌 함께 손발을 맞춰 보고 나섰던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25위에 올랐던 둘은 점차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이며 평창 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히고 있다.
이번이 세 번째이자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김동현은 ‘죽기 살기로’ 하겠다는 일념뿐이다. 전정린 역시 “아직 시즌 전반기가 끝났을 뿐이다. 시즌 다 마치고 나서 ‘우리 성적이 이랬습니다’ 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팀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 봅슬레이를 보며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썰매 하나만을 바라보며 땀을 쏟은 두 젊은이에게 ‘기적’이라는 수식어는 예의가 아닐지 모른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