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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란 불태우는 소설 때문에 잡혀간 여성, 남편의 71일 단식투쟁 끝에 석방

입력 | 2017-01-04 16:40:00


이란에서 꾸란을 불태우는 내용의 미출판 소설을 일기장에 쓴 혐의로 구속된 여성 인권운동가가 남편의 71일간 옥중 단식투쟁 끝에 일시 석방됐다. 이란 여성인권운동가 골로크 이브라히미 이라이 씨(35)는 2일 남편 아라쉬 사데히 씨(36)가 71일에 걸친 옥중 단식투쟁을 멈추는 조건으로 일시 석방됐다고 BBC가 3일 보도했다. 아내는 며칠간 일시적으로 석방된 것이지만 석방 기한이 연장될 수 있다고 변호인이 밝혔다.

이라이 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이슬람 가치를 모독하고 반체제 프로파간다를 유포한 혐의로 자택에서 체포됐다. 그는 영화 '더 스토닝'을 뼈대로 간통 누명을 쓰고 돌팔매질 당하며 죽어가는 여성의 심경 변화를 담은 소설을 일기장에 써둔 것이 죄목이 됐다. 소설 속에서 여주인공이 이슬람 성전인 꾸란을 불태우는 장면이 나온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당시 감옥에 있던 남편 사데히 씨는 아내의 체포가 부당하다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인권운동가인 그는 사이버공간에서 반체제활동을 벌이고 국가안보를 위협했으며 이슬람공화국 설립자를 모독한 혐의로 2015년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는 이란 당국이 출판되지도 않은 개인 일기장에 적힌 소설을 문제삼아 아내를 체포한 건 자신을 압박하기 위한 부당한 조치라고 아내의 즉각 석방을 요구해왔다. 그는 단식 기간 동안 체중 19kg이 줄었고, 지난달 중순부터 심박수와 호흡 등에 이상이 생겨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다.

이라이 씨의 소설은 2014년 9월 이란 혁명수비대가 부부의 자택을 급습해 수색하면서 발견됐다. 당시 아내는 20일 동안 고강도 조사를 받은 끝에 풀려났고, 남편은 반체제 활동 혐의로 고문을 당한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다 올해 10월 이란 당국이 다시 이라이 씨를 체포하면서 소설을 문제 삼아 징역 6년을 선고하자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최근 부부가 갇힌 에빈 감옥 앞에선 이례적으로 수백명이 모여 부부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에선 사데히 씨를 포함해 최소 8명의 정치범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3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