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4시 광주 북구의 한 원룸 앞. 로스쿨 3학년생 A 씨(27·여)가 택시에서 법률서적 40, 50권을 내렸다. 그는 3년간 준비한 변호사 시험을 앞두고 독서실에 있던 책을 집으로 옮기던 중이었다.
A 씨가 책 일부를 집으로 나른 뒤 나와 보니 민법 등 중요한 법률서적 11권이 사라졌다. 분실한 법률서적은 변호사 시험을 위해 3년간 공들어 정리한 요약본이었다. 그에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당황한 A 씨는 다급하게 112에 신고했다. 그는 "잃어버린 법률서적은 최종정리 집약본으로 변호사 시험 전에 반드시 봐야 한다. 꼭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신고를 받은 광주 북부경찰서는 원룸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노인 한 명이 책을 가져가는 것을 확인하고 신원확인에 나섰다. 경찰은 책을 훔쳐간 사람이 인근에 사는 B 씨(91)라는 것을 밝혀냈다. 4년 전부터 치매증상을 앓던 B 씨는 평소 길거리에서 폐지를 주워 모아 팔았다. B 씨는 경찰에서 "원룸 앞에 책이 놓여 있어 폐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