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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후 첫 명절… 설선물 외국産 부쩍 늘어

입력 | 2017-01-05 03:00:00


 

신세계백화점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5만 원 이하 선물 세트를 모아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이번 설에는 선물 상한액인 5만 원을 맞추느라 외국산 신선식품 세트가 늘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5만 원 이하 ‘가성비’ 선물을 찾아라.”

 정유년(丁酉年) 설 명절 3, 4개월 전부터 주요 백화점 바이어에게 ‘특명’이 내려졌다. 이번 설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맞는 첫 명절이다. 청탁금지법상 선물 상한액은 5만 원이다. 여기에 오랜 저성장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고객들이 늘어났다.

  ‘가격은 5만 원 이하지만 있어 보이는 명절 선물’을 찾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그러다 보니 공교롭게 외국산 신선식품이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그간 수산물 선물 세트 중 외국산은 연어뿐이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갈치, 명란 등의 품목에도 외국산이 등장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특히 정육 선물세트로 5만 원 이하 선물을 구성하려면 한우로는 어림없다. 호주산도 구이용 위주로 하면 5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고 말했다.

 이번 설 선물세트 시장에는 1인 가구용 선물도 대폭 늘어났다. 그 덕분에 그간 명절 선물 세트 시장에서 다소 소외됐던 편의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 설 선물 시장의 변화다.


○ 작년 추석과는 다른 표정

  

‘뉴질랜드산 갈치, 아르헨티나산 새우, 러시아산 명란 선물 세트….’

 지난해 추석 선물 세트에는 없던 다국적 신선식품이 올 설 선물 세트 시장에 속속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9일부터 모든 점포에서 진행하는 설 본판매 기간에 외국산 선물 세트를 대거 선보인다고 4일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5만 원 이하로 정육과 수산 선물 세트를 준비하다 보니 품목 대비 가격이 저렴한 수입품이 늘었다”고 말했다. 수입 품목 수는 지난해 설 대비 50% 이상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이 올해 설 선물로 선보인 수입 수산물 품목은 갈치, 새우, 명란, 긴가이석태 등 5가지다. 정육에는 올해 처음으로 5만 원 이하 선물이 등장했다. 호주산 쇠고기로 구성된 ‘프레시 비프’(4만9000원) 선물세트다. 한우 선물세트는 최소 15만 원 이상이라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김석진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 상무는 “청탁금지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이번 설 행사를 맞아 수입 신선식품 등을 찾는 등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 1인 가구 겨냥 선물 봇물 

 올해 설 선물세트에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아이디어 상품도 속속 등장했다.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급 신선식품의 용량을 줄여 선물세트로 구성한 소포장 선물을 선보인다. 기존 20마리로 구성된 ‘영광 굴비 세트’를 10마리로 줄여 5만 원에 판매한다. 지난해 2.8kg에 10만 원에 판매하던 ‘호주 정육 세트’를 절반인 1.4kg으로 소포장해 4만9000원에 판매한다.

 편의점은 소형 가전, 요리도구 세트 등 아이디어 선물세트로 최근 선물세트 시장의 강자로 부상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1인 가구 수요에 맞춰 사이즈를 줄인 소형 가전 선물 코너를 마련했다. 멀티 전기밥솥인 ‘레꼴뜨 멀티 전기밥솥 2인용’, ‘기펠 레이나 전기 오븐’ 등을 내놓았다. GS25는 요리가 트렌드로 부상 중인 것을 감안해 ‘옥소 조리도구 세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GS25 관계자는 “편의점에 중저가, 1인 가구용 상품이 많다 보니 매년 명절 선물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