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사회서 내부출신 선임 공식화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은 4일 공식 선임 이후 첫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기 은행장 선정 계획을 밝혔다. 이날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노성태 전 한화생명경제연구원장은 “차기 은행장은 외부 공모를 하지 않는다”며 “후보는 ‘최근 5년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부행장급, 부사장급 임원과 계열사 대표이사’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부행장급 이상, 우리금융지주는 부사장 이상, 계열회사는 대표이사가 해당된다.
우리은행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임추위는 민영화 이후 조직 안정을 위해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전·현직 임원이 차기 행장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 의장은 “재직 당시의 업적과 경영 능력, 리더십, 미래 비전,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이익 극대화 능력 등이 고려 사항”이라고 밝혔다. 박상용 연세대 교수는 “은행 내부에 혼란이 생기면 언제든 외풍(정부와 정치권의 경영개입)이 들이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6년간 정부 소유 은행으로 외풍에 시달리면서 생긴 부정적 기업문화를 정리하고 조직에 대한 혜안을 갖춘 사람이 행장이 돼야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사이의 해묵은 갈등을 정리하고 전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 행장의 윤곽은 다음 달 중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11일 정오까지 지원서를 받고 서류 심사, 평판조회, 인터뷰 등을 진행한다. 최종 후보자는 차기 행장을 공식 선임하는 정기주주총회(3월 24일) 3주 전인 3월 3일까지 선임하면 된다. 하지만 혼란을 막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이 이례적으로 간담회를 연 것은 민영화 이후 과점주주들이 경영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있다. 은행의 사외이사 전원이 주주 추천으로 이뤄지는 국내 유일의 지배구조 모델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사회는 앞으로 차기 행장 선임 이후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여부를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 매각을 통한 완전한 민영화의 필요성도 거론됐다. 박 교수는 “예보의 잔여 지분(21%) 매각 문제는 주가가 뒷받침되면 가을쯤 처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상당 지분을 해외 국부펀드나 연기금에 매각해 관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장기 투자자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우리은행의 경영을 주도할 이사회 세부 조직도 구성됐다. 이사회 의장 및 운영위원장에는 노성태 의장 △보상위원장 및 감사위원장에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리스크관리위원장에는 박상용 교수 △임추위원장에는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사장이 각각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