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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드’ 빠진 외교안보 업무보고, 조기 대선 앞둔 줄타기인가

입력 | 2017-01-05 00:00:00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외교안보 부처를 시작으로 정부 신년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업무보고를 받았던 1월 14∼26일보다 열흘 이상 앞당겼고, 경제 부처가 첫 일정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황 권한대행은 가장 먼저 외교안보를 택했다. 새해 벽두부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공공연히 위협하고 나섰는가 하면 동아시아의 화약고인 남중국해에선 중국이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대적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주변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결정이다.

 국제사회는 국가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한국이 돌발적 위기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황 권한대행도 “올해는 북핵 문제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정작 북핵 대응의 핵심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업무보고에 달랑 한 줄 언급되고 말았다.

 각 부처는 한결같이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내세우며 기존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보고했을 뿐 구체적인 해법은 내놓지 않았다. 특히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에 대해 국방부의 15쪽짜리 보고 자료에 “중국과는 우리 입장을 계속 설명하면서 다양한 소통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한 게 전부였다. 토론 시간에도 사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중국인 여행객의 한국 방문 제한, 한국행 전세기 허가 불허, 한류스타 출연 금지 등 일련의 한한령(限韓令)을 풀도록 중국을 설득하겠다고 주장하며 방중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났다. 중국의 사드반대 정책에 이용될 소지가 크지만 이 정도 얘기조차 정부에선 한마디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사드 문제는 지금의 탄핵 정국에선 누구도 건드리고 싶지 않은 사안일지 모른다. 특히 관료들에겐 더욱 그럴 수 있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시점을 빨라도 6월 정도로나 예상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이 조기에 이뤄지고 벚꽃 대선이 치러지면 사드 배치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사안으로 관료들은 보고 있는 것인가. 정권이 바뀌면 책임질 일은 만들지 않겠다는 보신주의라면 ‘국민과 함께하는 튼튼한 국방’이란 말을 할 자격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