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대선 이후 국회의장직을 약속하며 탈당계를 내달라고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서 의원은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듯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며 국회의 최다선(8선) 의원답지 않은 막말도 퍼부었다. 인 비대위원장이 그제 자신과 최경환 의원을 ‘악성 종양의 핵’으로 지목하며 재차 자진 탈당을 촉구하자 인 비대위원장의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로 맞받아친 것이다. 4개월 만에 다시 비대위 체제로 되돌아간 당내 상황에서 밀약설까지 나오니 쇄신은커녕 분란만 증폭됐다.
서 의원은 인 비대위원장이 친박(친박근혜)의 인적 청산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전 합의했다는 말도 공개했다. 서 의원이 모든 책임을 지고 홀로 탈당하는 것으로 인적 청산을 마무리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합의를 깬 인 비대위원장을 “거짓말쟁이 성직자”라고 비난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2006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때 ‘저승사자’로 불리면서 당의 이미지를 바꿔 놓은 공로가 있다. 그런 그가 친박 핵심과 밀약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진정한 개혁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출발부터 물밑 거래를 했다면 국민을 바보로 알고 속인 것이다. 그는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며 별일 아닌 듯 넘기려 하지만 그럴 일이 아니다. 진위를 밝혀야 한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과 정우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은 인 비대위원장에게 거취를 맡겼다. 친박계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공동대표를 맡았던 정갑윤 의원은 조만간 탈당계를 낸다고 한다. 하지만 서 의원은 자진 탈당을 통해 개혁의 디딤돌이 되지는 못할망정 무차별 폭로로 맞대응해 새누리당은 비대위 체제 이전보다 심각한 내홍에 빠져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