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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역대 국수전 우승 결정국… 뒤바뀐 흐름

입력 | 2017-01-05 03:00:00

○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53기 결승 4국 10보(106∼115)




 바둑의 흐름은 참으로 묘하다. 얼마 전까지는 흑이 백을 완전히 옥죄는 데 성공해 백말이 살길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백 ○의 마지막 도발 때 흑 ○로 끊은 단 한 번의 무리수가 나오자 갑자기 흐름이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흑의 수세, 백의 공세로 바뀐 것. 

 백 6에 흑 7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 것이 흐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흑이 참고도 1로 버티면 백 6 때 흑 7로 이을 수 없다. 참고도 백 10의 묘수가 있어 중앙 흑 말이 교묘하게 잡히기 때문이다.

 실전 백 8, 10으로 백이 흑을 콕콕 찔러 들어갈 때도 흑은 얌전하게 굴복할 수밖에 없다. 결국 백 두 점을 사석으로 해서 어느새 백 말 탈출에 성공했다. 그것도 선수다.

 이런 의외의 결말로 인해 금방 끝날 것 같던 바둑이 좀 더 연장됐다. 백은 14로 보강하면서 앞서 흑이 심어둔 시한폭탄을 제거했다. 그동안 백의 골칫거리였던 이곳이 정리되자 백도 제법 두터워졌다.

 흑은 15로 상변을 지키면서 여전히 우세함을 지켰지만 그 차이는 많이 줄었다. 여기서 백은 역전까지 노리며 2차 공세를 펼친다. 그 무대는 상변인데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