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돗개 작명도 최순실에게 물어”
문서에는 이름 후보로 ‘1. 누리&보듬(세상을 보듬는다) 2. 행복&희망(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 3. 새롬&이룸(새로운 미래를 이룬다) 4. 해치&현무(불을 다스리는 해치. 물을 다스리는 현무)’가 적혀 있었다. 이후 진돗개의 이름은 ‘희망이’와 ‘새롬이’로 선정됐다. 정 전 비서관은 특검에서 “대통령 당선 선물로 받은 진돗개의 이름을 최 씨에게 물어보기 위해 작성한 문서가 맞다”고 인정했다. 희망이와 새롬이는 박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에까지 들어갔다.
진돗개 두 마리는 2014년 말 최 씨의 전남편 정윤회 씨(62)가 ‘비선 실세’로 지목됐던 이른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주목받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에서 “청와대 실세가 누구냐고 하는데 없다. 진짜 실세는 (내가 키우는) 진돗개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비선 실세’가 없음을 강조한 농담이지만 주인공인 진돗개의 이름을 ‘진짜 실세’ 최 씨에게 물었던 것이다.
○ “청와대 관저 벽지도 최 씨가 골라”
박 대통령 취임 초인 2013년 5월,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관저 내부 벽지를 구입하기에 앞서 샘플사진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최 씨에게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벽지 색깔을 골라달라고 요청한 것. 최 씨는 박 대통령이 머물 관저의 벽지 색깔까지 결정한 ‘안방 권력’이었다.
○ ‘최순실 휴대전화 분실 소동’
이 행정관의 휴대전화에서는 최 씨가 청와대 안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분실해 경내가 발칵 뒤집힌 정황도 드러났다. 2013년 5월 이 행정관은 최 씨에게 “한실방(청와대 관저 내 온돌방), 부속 사무실, 카니발(차량) 모두 찾아봤는데 전화기가 없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이 드러날까 봐 차명 휴대전화(일명 ‘대포폰’)를 여러 대 썼던 최 씨가 이 행정관에게 청와대 곳곳을 샅샅이 찾도록 한 것이다.
이 행정관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오전 9시이고 관저 내 온돌방인 ‘한실방’이 언급된 점도 의미심장하다. 최 씨가 관저에 수시로 드나들며 잠을 자기도 했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 특검, ‘수사 불응’ 최 씨 영장 새로 청구 검토
신나리 journari@donga.com·장관석·허동준 기자